국내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건전성 방어를 위한 대응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각 사 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달 1조3638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난 3월에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이후 3개월 만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긴 채권으로, 회계 처리 시 자본으로 인식되는 자본성 증권이다. 발행사의 재무상태가 악화할 경우 원금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상각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어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신한라이프는 이달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3월에는 현대해상, 한화생명, 에이비엘(ABL)생명, 농협손해보험도 일제히 적게는 1500억원에서 최대 8000억원 수준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후순위채는 변제 순위가 일반 사채에 비해 뒤지는 반면 이자율이 높은 채권이다. 자기자본비율(BIS)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후순위채 발행으로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킥스 비율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들이 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만든 지표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발표한 '2025년 3월 말 기준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경과조치 적용 후 보험사의 지급여력 비율(K-ICS)은 197.9%를 기록했다. 전 분기 말(206.7%) 대비 8.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23년 만에 200%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이어진 금리 하락으로 인해 보험사의 킥스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하락 시 보험사가 향후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부채가 늘어나고, 킥스 비율도 하락하는 구조다.
보완자본인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한 보험사들의 건전성 관리는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당국이 기본자본을 중심으로 킥스 비율에 대한 의무 준수 기준을 바꾸려 하고 있어서다. 기본자본으로 킥스 비율을 계산하게 되면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을 제외한, 실질적이고 손실 흡수력이 높은 자본으로만 지급 여력을 산출하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게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 도입에 대한 대비보다는, 현재 기준의 킥스 비율 관리가 더 시급한 상황이다"라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이뤄질 가능성이 커 미리 자본을 쌓아두려는 시도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