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업비트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한 곳당 하나의 은행과만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제휴를 맺도록 하는, 이른바 '1거래소 1은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금융연구원은 '1거래소 1은행' 규제의 유용성이 떨어졌다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각각 한 곳의 은행과만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 제휴를 맺는 중이다.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은 KB국민은행, 코인원은 카카오뱅크와 제휴를 맺었다. 따라서 업비트를 이용하려는 투자자들은 자신이 평소 쓰던 주거래은행이 아닌, 케이뱅크에서 계좌를 개설해야만 업비트에 계좌를 연동해 이용 가능하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 2017년 12월 자금세탁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 연동을 의무화해서다. 이때 거래소별로 하나의 은행과만 제휴하는 것이 일종의 '그림자 규제'로 굳어졌다. 빗썸, 코인원 등 제휴 은행을 변경한 거래소는 기존 NH농협은행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각각 KB국민은행, 카카오뱅크와 제휴를 다시 맺어야만 한다.

금융연구원은 이 같은 '1거래소 1은행' 그림자 규제가 과거에는 유용성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봤다. 2021년에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2024년에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마련되는 등 관련 법 체계가 정비돼서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1거래소 1은행 체계가 거래 모니터링과 의심거래 보고 단순화, 내부통제 체계의 간소화, IT 시스템 구축의 단순화, 사고 시 책임 소재 명확화 등 면에서 유용하다고 분석했다.

서 위원은 "과거 우리나라에 가상자산 관련 보호 장치가 부족했던 시기에 도입된 현실적 대안으로 투자자의 신뢰 제고에 기여했다"면서 "은행이 하나의 가상자산 거래소와만 제휴하는 경우 쪼개기 송금 등의 적발이 쉬워 의심거래 보고 등 자금세탁방지 업무가 단순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 같은 유용성이 떨어진 상태다. 그림자 규제로서 정당성 부족, 이용자의 선택권 제한, 거래소와 은행의 관련 혁신 유인 저하, 중소형 거래소의 은행 종속, 대형 거래소 리스크의 단일은행 집중 등 부작용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현재는 가상자산 거래소 자금세탁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된 상태다. 서 위원은 "2021년 개정 특금법 시행, 2024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2025년 가상자산기본법 제정 예정 등 관련 법체계가 완성되면서 1 은행 1 거래소 규제의 유용성이 떨어진 상황이므로 동 규제를 완화할 때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규제가 완화돼 더 많은 은행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가상자산 이용자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되며, 거래소 혁신 유인 증가로 인한 상품 라인업과 인터페이스 개선, 서비스 다양화, 고객 지원 강화 등도 기대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