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급증하면서 저축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경기 악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건설·부동산업 침체가 장기화한 영향이다.

18일 한국은행이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금융업권별 업종별 기업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 또는 1개월 이상 이자 연체 기준)은 18.21%다. 2023년 말 11.14%에서 1년 새 7.07%포인트 뛰었다. 2022년 말 2.13%였던 것과 비교하면 연체율은 2년 새 9배 급등했다.

연체율 상승세는 상호금융업권에서도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3.34%에서 2023년 말 5.87%, 지난해 3분기 말 10.93%로 뛰었다. 집계에서 제외된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역시 10%대를 기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6일 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자재를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한계기업'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국내 건설사 절반은 벌어들이는 돈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3년 건설 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건설사 2292개사 가운데 47.5%(1089개사)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기업이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원자재 가격·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착공 물량까지 줄어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PF발 연쇄 부실도 피하기 어려운 상태다. 시공 건설사들은 시행사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때 지급 보증을 서거나, 책임준공 의무를 지는 등 PF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이 포함된 부동산업 대출 연체율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각각 15.95%, 9.00%로 전년 대비 8.8%포인트, 3.69%포인트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해선 12배, 3배 상승했다.

건설·부동산업 부실 충격이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진 않다는 것이 중론이나,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부실 저축은행을 가려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제적 구조조정 및 경영 개선을 통해 부실 전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현재 저축은행 6~7곳이 금융 당국의 적기시정조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적기시정조치란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악화해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주식 소각이나 병합, 영업 정지 등을 하도록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