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옛 P2P)계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온투업의 대출 잔액은 2년 새 20% 넘게 줄었고, 영업 실적 저조에 따른 폐업도 잇따르고 있다.

10일 온투업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 12월 말 기준 온투업계의 총대출 잔액은 1조106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잔액이 고점을 기록했던 2022년 5월(1조4152억원)과 비교해 22% 줄어든 규모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온투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된 여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온투업계 전체 대출 중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66.1%다.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선정산업체 유동성이 줄면서 온투업체 ‘크로스파이낸스’에서 700억원대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점도 투자 심리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온투업체들의 폐업은 줄 잇고 있다. 2023년 말 53개였던 온투업체는 지난해 6월 기준 50개로 감소했는데, 등록 업체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는 지난 3일 온투업체 ‘모두의핀테크’에 등록 취소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금융위는 “6개월 이상 영업 실적이 없고, 준법감시인과 전산 인력을 해고하고 플랫폼을 중단해 ‘인력과 전산 설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 밖에도 1~2곳의 업체에 등록 취소 처분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다음 달까지 별도의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폐업이 불가피하다.

일러스트=손민균

온투업계 숙원이었던 ‘기관 투자’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저축은행의 온투업체 개인 신용대출 연계 투자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했다. 온투업체가 모집하고 심사한 개인 차주(돈 빌리는 사람)에게 저축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이르면 다음 달 중 첫 상품이 나올 전망이다. 한 저축은행은 온투업 2~3곳에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내에선 기관 투자를 통해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말 온투업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영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실무진은 보고서를 통해 “핀테크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금융업권이 취급하기 어려운 특화 대출상품을 운영해야 하는 온투업체가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안정적인 수익을 좇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영국과 같이 정책금융기관 등의 기관 투자를 통해 기업대출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공식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