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지난해부터 개인 사업자 대출에 관심을 보이던 인터넷은행들이 올해 사업자 대출 시장에 더 집중할 전망이다. 인터넷은행 3사는 새해 첫 달인 1월부터 개인사업자에게 유리한 서비스와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다. 다만 개인사업자 대출은 연체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어 건전성 관리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들이 사업 운영 중 발생하는 부가세를 미리 저축할 수 있도록 돕는 상품인 ‘부가세박스’를 출시했다. 카카오뱅크가 앞서 내놓은 개인사업자 체크카드, 사업자 인증서 발급·사업장 신용정보 관리에 이은 소상공인 특화 서비스다. 올해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상 1억원 초과 신용대출, 사업자 담보대출을 출시해 여신 포트폴리오 내 개인사업자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케이뱅크 또한 자영업자의 세금 납부를 돕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세무 설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와 협업해 개인사업자를 위한 인공지능(AI) 세무·법률·노무 상담 서비스를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연동할 예정이다. 인뱅 3사 중 사업자 대출을 가장 먼저 시작한 토스뱅크는 올해도 보증서 대출 상품을 기반으로 대출잔액을 늘려가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연체율 및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개인사업자 대출을 조이고 가계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연체율이 높아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취급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또한 지금처럼 고환율 시기에는 외화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 등 자본적정성 지표가 악화하면서 건전성 관리 부담이 더욱 커진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금리는 연 5.73%로, 지난 9월(연 5.66%) 대비 0.07%포인트 올랐으며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1조3886억원 줄었다.

그래픽=손민균

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조26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사업자대출 잔액 1조6660억원을 달성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1년 전(8000억원)과 비교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2배 넘게 증가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위주 수익에 대한 당국의 비판으로 가계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성장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은행과 달리 고환율 영향이 거의 없어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는 데 부담도 적다.

이미 인뱅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8월 케이뱅크는 은행권 최초로 개인사업자 대상 비대면 부동산담보대출을 출시한 후 지난달 개인사업자 이벤트를 진행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매달 1000억원 이상의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을 지원했으며 지난달 이용 사업자 수 100만명을 넘겼다.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의 핵심은 연체율이다. 소득이 불확실한 개인사업자 특성상 다른 고객 대비 연체율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3분기 인터넷은행의 사업자 대출 연체율 평균은 1.85%로, 전년 동기 0.48%보다 1.37%포인트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시중은행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또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 침체가 이어져 신규 부실이 늘어나면 이미 악화돼 있는 건전성에 더욱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개인사업자 시장이 인뱅 성장성의 돌파구라고 해도 연체율과 건전성을 생각하면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라며 “CSS(개인신용평가 모델) 고도화는 물론 사업자 담보 대출 등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건전성 높은 금융 소비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