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사 사업비 과다 집행을 막기 위해 사업비 책정 및 지출 현황을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의 영업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도한 사업비를 지출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사업비는 대부분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당이 차지한다.
9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험사에게 매달 제출받는 업무보고서에 사업비 수지차를 추가하기로 했다. 수지차는 수익과 비용과의 차이로, 현금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사업비 수지차를 보고받는다는 것은 보험사가 책정한 사업비를 얼마나 지출했는지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사업비 상시 점검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12월 말 업무보고부터 적용한다.
최근 보험사들의 과당 경쟁으로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사업비도 급증하고 있다. 사업비는 보험사들이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당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에 신계약비, 보험 계약 유지비, 마케팅 비용 등도 포함된다.
보험업감독규정은 보험사가 기초서류에서 정한 사업비 한도 내에서 수수료 등이 지급되도록 기준을 마련하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이 모호해 보험사들이 사업비를 기초서류에 정한 금액보다 수배로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2023년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신계약 체결 수요가 늘어나면서 보험사들의 사업비 지출이 급증했다. 국내 22개 생명보험사가 지난해 8월까지 사용한 사업비는 14조5428억원으로 2022년 8월(6조2642억원)과 비교해 8조2786억원 늘었다.
이는 생보사가 설계사에게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상반기 대형 생보사 중심으로 자사 건강보험을 판매한 보험대리점(GA) 설계사에게 한달 보험료의 20배가 넘는 금액을 보너스로 제공하는 등 출혈경쟁을 벌였다. 사업비 과다 집행이 계속될 경우 보험사 건전성 악화뿐 아니라 신계약 판매 과열에 따른 불완전판매, 유지율 하락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 당국은 보험사가 기초서류에서 정한 사업비 한도 내에서 수수료 등이 지급되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집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무책임한 수당정책 관행을 뿌리 뽑는다는 게 금융 당국의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