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전세 매물 안내문. /뉴스1

정부가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현행 최대 100%에서 80%까지 축소하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전세시장에 혼란이 전망된다. 전세대출 금리가 인상되거나 은행에서 대출 한도를 축소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이 이용하는 빌라 전세 시장의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의 하나로 올해 1분기(1~3월) 안에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90% 이하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세입자(임차인)는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때 주택금융공사(HF)·주택도시보증공사(HUG)·서울보증보험(SGI) 등 3곳 중 한 곳의 전세보증을 받는데, 은행들은 그동안 90~100%의 전세보증으로 돈 떼일 걱정 없이 대출을 내줬다.

전세대출 보증은 HF와 HUG, SGI가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담보(주택)가 없는 전세 대출의 보증을 서 신용을 보강해주는 제도다. 임차인이 전세사기 등으로 보증금을 못 받는 상황에 대비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는 다르다.

정부는 100% 보증을 믿고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상환능력 심사 없이 내주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전세대출 잔액은 최근 200조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수도권 보증비율이 80%까지 축소되면 서민들의 전세문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전세대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가장 먼저 나온다. 수도권 주택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80%까지 축소되면 은행들은 100% 보증 대출을 해줄 때보다 금융 소비자의 소득심사를 깐깐하게 볼 가능성이 커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보증을 못 받은 금액만큼 대출액을 떼일 수 있기 때문에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저소득자를 중심으로 금리가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서울 용산 일대의 다세대 주택지구 모습. /연합뉴스

이렇게 되면 가장 먼저 빌라 시장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사기 위험이 아파트보다 높은 빌라 전세의 경우 대출이 거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고가 전세는 보증에 문제가 없지만 정작 저소득층이나 서민을 밀어내는 부작용이 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이유는 편법 투자자들 때문이다. 자기자금으로 전세금을 충당할 수 있지만 대출이 쉽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갭투자) 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고 금융위는 봤다. 갭투자 확대는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보증비율 축소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 평균 전세금이 6억원에 달할 만큼 높아졌는데, 보증비율을 축소해 사실상 한도를 줄이면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일부 편법을 잡자고 실수요자들의 보증비율까지 축소해버리면 주객이 전도된 격”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 보증한도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일각에서는 연소득별로 보증한도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거론돼 왔다. 저소득 서민 실수요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연구보고서를 통해 “전세대출 보증은 저렴한 전세주택에 우선 적용하고 임차가구의 경제적 수준을 고려해 서민과 중산층에는 수수료와 이자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