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을 상대로 내린 기관제재 건수가 1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제재를 받은 은행 수도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 금감원의 감독 및 검사 강화 기조가 통계로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금감원이 발표한 은행 기관제재 건수는 48건이다. 이중 고강도 제재인 과징금·과태료 부과 건수는 31건, 과태료 총 부과 금액은 62억원이다. 제재 통보를 받은 은행은 17개다.
기관제재란 금감원이 금융사 검사 과정에서 법 혹은 감독규정 등을 위반한 정황을 발견했을 때 금융사에 내리는 사후 제재를 뜻한다. 주의 및 경고와 같은 경징계부터 영업 일부 정지, 과징금·과태료 부과 등의 중징계가 있다.
금감원의 은행 제재는 2023년과 비교해 대폭 증가했다. 제재 은행 수는 7개→17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총제재 건수는 17건→48건으로, 과징금·과태료 부과 건수는 11건→31건으로 각각 3배 가까이 불어났다. 과징금·과태료 부과 금액 역시 10억원→62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제재 건수는 2022년 통계와 비교해도 증가했다. 2022년엔 7개 은행이 20건의 제재를 받았다. 이중 과징금·과태료 부과 건수는 11건다. 다만 이 시기 과징금·과태료 부과 금액은 210억원가량으로 큰 편인데 이전에 발생한 라임사태 등 은행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행태를 금감원이 적발하고 5개 은행에 수십억원대 과태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들어 은행 제재가 늘어난 배경으론 이 원장 취임 후 금감원의 강화된 감독·검사 기조가 거론된다. 이 원장이 검찰 시절부터 경제·금융범죄 수사통으로 불린 만큼 금감원 업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금감원은 보통 검사 종료 후 1~2년 후에 최종 검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이 원장 부임 시기가 2022년 6월임을 고려하면 지난해 공시된 제재들은 이 원장 취임 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검사들의 결과물이다.
앞서 지난 2023년 금감원은 금융지주·은행 부문 정기검사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부서 간 은행 검사 협업을 강화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불거졌을 때 금감원은 부당대출 현장검사, 우리은행 정기검사 및 두 차례 정기검사 연장을 거치는 등 6개월 가까이 고강도 검사를 이어갔다. 또한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임원회의 때 직접 “금감원의 감독·검사 역량 제고를 위해 더욱 힘써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하며 최근까지도 검사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금감원의 검사가 강화되며 은행 역시 내부통제 업무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원장 취임 후 금융권 횡령·배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금감원이 강하게 대응했다”며 “금융사들은 알아서 눈치를 보는 식으로 내부통제 고삐를 당기고 금융사고 보고도 전보다 빨라지는 변화가 체감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