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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융감독원 출신 재취업자 절반 이상이 민간 금융사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취업심사를 통과했지만 금융 당국 출신이 피감기관의 요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전관예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임금피크제와 부서장 교체 가속화 등으로 금감원 직원의 금융사행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7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심사를 통과한 금감원 출신 임직원은 43명으로 집계됐다. 금감원 출신 재취업자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선택한 곳은 민간 금융사다. JB금융지주와 Sh수협은행 등 1금융권부터 대부업체와 법인보험대리점(GA)까지 다양한 금융사에 전 금감원 직원 25명이 새 일자리를 얻었다. 이외 금융협회 및 금융 관련 사단법인 취업자가 7명, 로펌 취업자가 7명으로 뒤를 이었다. 일반 기업 취업자는 4명이었다.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퇴직 후 3년 동안 취업제한을 받는다. 다만 퇴직 전 5년 동안 다뤘던 업무와 새로 취업하려는 곳의 업무 간 밀접한 관련이 없다면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거쳐 취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매년 수십명의 금감원 출신이 금융사로 재취업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전관 모시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다수 금감원 출신은 금융사에서 감사 등을 맡으며 내부통제 및 규제 대응 업무를 맡는다. 규제 당국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리는 것이다. 다만 이들이 한편으론 금융 당국과 소통 창구로 활용되다 보니 금융사가 전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금감원 출신을 영입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2월 금감원 3급 퇴직자를 대외협력본부장에 앉혔다. 대외협력본부는 국회와 금융 당국 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그래픽=손민균

금감원 직원들의 피감기관 재취업을 두고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금융사 관리·감독이 가능하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수면 위로 드러난 퇴직 후 재취업 현상만 볼 게 아니라 금감원 재직 중에도 고연봉 재취업을 고려해 감사 업무에 임하는 등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임금피크제 도입과 부서장 세대교체 가속화가 직원들의 민간행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금감원 직원의 경우 부서장은 정년퇴직 전 4년, 팀장 이하는 정년퇴직 전 3년 동안 임금피크제에 돌입한다. 이 시기 연봉이 최대 절반까지 깎이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연봉이 줄어드는 만큼 민간행에 대한 유혹도 커진다.

더욱이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 부서장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부서장 자리를 내려놓은 무보직 직원 수도 대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부서장 직위를 5년 가까이 지키다 임금피크제 1년 전에 부서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이 원장 취임 후 2~3년 만에 인사 발령으로 부서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과거보다 일찍 보직을 내려놓은 이들인 늘어난 데다 이들 대부분이 임금 삭감까지 겹치면서 이들의 민간행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 금감원 출신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나이가 든 금감원 직원은 부서장 교체가 잦아 신분이 불안정한 데다 임금피크제로 인해 급여도 크게 깎인다”라며 “이러한 요인들이 금융사 취업을 고려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을 정년까지 붙잡을 수 있도록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며 “임금피크제 기간을 단축하는 등 인사 운영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