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서울의 한 은행에 걸린 금리 안내문의 모습. /뉴스1

지난해 12월 한 달간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20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줄줄이 예·적금 금리를 인하하면서 소비자들의 이탈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6일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27조916억원으로 전월보다 21조1285억원 감소했다. 정기적금 잔액은 39조9277억원으로 전월보다 3872억원 늘었으나 2023년 말보다는 5조9355억원 줄어 역시 규모가 감소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까지 7개월 연속으로 증가했다. 4월 872조8820억원를 기록한 이후 11월 948조220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예고되면서 고금리 예·적금에 가입하려는 ‘막차’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연말 들어 은행들의 수신금리가 기준금리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수요도 사라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기본 금리는 평균 2.64%로 집계됐다. 우대 금리 등을 적용한 최고 금리는 평균 3.20%로, 지난해 초만 해도 3%대 후반의 이율을 제공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하락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연 3.20%로 5대 은행 중 은행 중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과 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이 2.60%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2.40%에 그쳤다.

서울의 한 은행에 붙은 예금 금리 안내문의 모습. /뉴스1

예금금리는 당분간 오를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11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렸다.

올해 역시 추가 인하가 전망된다. 한은은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 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맞춰 추가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대기성 자금은 오히려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전월보다 23조5억원 늘어난 631조2335억원에 달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등 이자가 거의 없는 비원가성 자금을 뜻한다. 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자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