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법 집행 기관의 정상적인 집행에 대해선 대통령이 됐건 장관이 됐건 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원장이 체포 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선 긋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인사 후 윤 대통령의 체포 불응으로 인한 금융 리스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사법 절차에 따라야 할 것들은 사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체포와 관련한 사법적 부담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경제계 복심’으로도 불려 온 인물이다. 이 원장은 윤 대통령과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등을 함께하며 윤석열 사단의 막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이 원장을 금감원장에 파격 발탁했다.
이 원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탄핵이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경제에 낫다”며 윤 대통령 탄핵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또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하며 “관련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금감원장 취임 후 정권 편향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원장은 2년 전인 2023년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한 톨의 증거라도 있었으면 (검찰이) 기소를 했을 텐데 증거가 없는 것”이라며 “거의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주가조작 의혹이 없다’고 자신하던 이 원장은 지난해 10월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를 두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도입 논의가 이뤄지며 여론이 악화하자 태도를 바꾼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임기를 6개월가량 남긴 이 원장은 당분간 금융 시장 안정 메시지를 주력해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최상목 부총리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이유로 ‘경제·금융시장 안정’을 든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 3일 ‘2025년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금융감독원도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경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