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법 집행 기관의 정상적인 집행에 대해선 대통령이 됐건 장관이 됐건 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원장이 체포 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선 긋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인사 후 윤 대통령의 체포 불응으로 인한 금융 리스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사법 절차에 따라야 할 것들은 사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체포와 관련한 사법적 부담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경제계 복심’으로도 불려 온 인물이다. 이 원장은 윤 대통령과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등을 함께하며 윤석열 사단의 막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이 원장을 금감원장에 파격 발탁했다.

이 원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탄핵이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경제에 낫다”며 윤 대통령 탄핵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또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하며 “관련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이같은 발언은 금감원장 취임 후 정권 편향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원장은 2년 전인 2023년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한 톨의 증거라도 있었으면 (검찰이) 기소를 했을 텐데 증거가 없는 것”이라며 “거의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주가조작 의혹이 없다’고 자신하던 이 원장은 지난해 10월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를 두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도입 논의가 이뤄지며 여론이 악화하자 태도를 바꾼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임기를 6개월가량 남긴 이 원장은 당분간 금융 시장 안정 메시지를 주력해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최상목 부총리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이유로 ‘경제·금융시장 안정’을 든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 3일 ‘2025년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금융감독원도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경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