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인수를 위해 조성된 사모펀드(PEF)가 청산을 앞두고 있어 KDB생명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자회사로 품은 뒤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다시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6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까지 KDB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회사는 없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말인 데다 계엄령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시장에서 매각 분위기가 전혀 조성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보험업계 안팎에선 지난 10여년 동안 여섯 차례에 걸친 매각 추진이 모두 불발된 터라 재매각 추진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KDB생명 인수를 위해 조성한 사모펀드(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도 청산을 앞두고 있다. 이 펀드는 지난 2010년 산업은행이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KDB생명 전신인 금호생명을 인수하며 조성됐는데, 존속기간이 최대 15년이라 올해 청산해야 한다. 설령 관심을 보이는 회사가 나타나도 매각을 위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품고 2~3년에 걸쳐 자본을 투입해 경영을 정상화한 뒤 다시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KDB생명이 공공기관 자회사 간판을 달고 시장에 등장하는 것이다.
지금껏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순이익 5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754억원 순손실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9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보험영업수익은 4084억원에서 4377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9억원에서 271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다른 경영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KDB생명의 월 평균 초회보험료는 34억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16억9000만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핵심이 되는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도 같은 기간 78.1%에서 85.3%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요양산업에 뛰어들며 전선을 넓히고 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킥스)비율은 155.4%로 금융 당국 권고치인 150%를 겨우 넘긴 상태다. 지금껏 산업은행이 1조5000억원을 투입했으나 여전히 재무건전성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KDB생명 정상화를 위해선 1조원에 달하는 자본을 추가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이 시장에 나온 다른 보험사 매물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산업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KDB생명을 자회사로 받아들이면 1조원 안팎의 자본확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 세금을 쏟아부어 부실한 금융사를 연명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청산과 관련해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