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풀고 있지만 미국이 올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을 시사하면서 금리 전망에 불안전성이 커지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는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을 받는데, 최근 4.6%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은행 대출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부터 은행들의 대출 빗장이 풀렸어도 높아지고 있는 금리가 내려오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전날 기준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 평균은 연 4~5%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최고 금리가 5%대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달 20일 고정형 주담대 금리(연 3.87~4.95%)와 비교하면 약 10여일 만에 하단 금리가 0.13%포인트 올랐다.
최근 은행들이 1월 들어 대출 총량이 ‘리셋’되면서 실수요자 주담대 등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늘리고 있지만 이처럼 높아진 금리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재개했다. 1억원으로 제한됐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도 확대하는 추세고, 중단됐던 신용대출 비대면 판매도 재개한다.
금리가 빠르게 치솟은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 국채 금리가 높아지고 있는 영향이 크다. 국내 은행채 금리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기준이 된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채권 시장은 미국 국채금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12월 18일 올해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미 국채 금리가 빠르게 올랐다. 연준은 지난해 9월만 해도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네 차례 정도로 봤지만, 두 차례 정도만 내릴 것으로 수정했다.
이날 이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4.602% 기록하기도 했다. 4.6%를 넘은 것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이다. 미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게 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국내 대출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여전히 한도 축소 기조가 유지될 전망인 것도 올해 금리가 빠르게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근거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 새해 ‘대출 관리(증가) 목표 한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목표치 초과분만큼을 제외하기로 했다. 관리 목표치에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한 것인데, 이런 조치는 처음이다. 여전히 가계대출 관리 고삐를 놓을 수 없다는 당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 연준이 컨트롤하는 단기금리 외에도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까지 오르고 있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우리나라 시장엔 이런 미국 국채 금리 말고도 고환율 등 다양한 제약요인이 있어 당분간 시장금리가 인하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