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상자산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상자산 법인 계좌 허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채 결국 해를 넘겼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법인 계좌 허용을 기대하며 각종 법인영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2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을 취급할 수 있는 법인계좌 발급 허용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며 세부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중순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의 2차 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허용 여부는 최소 회의 이후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금융 당국은 법인 계좌 발급을 연내 허용하기로 하고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금융감독원과 의견을 조율해왔다. 또한 금융위 내부에서는 학교, 공공기관 등 비영리법인부터 단계적으로 계좌발급을 허용하자는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금융위가 가상자산에 대한 법인 계좌 허용 발표를 미루게 된 배경으로는 시급한 현안이 꼽힌다. 현재 금융 당국은 지난달 계엄 사태와 탄핵으로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신년사에서 “시장안정과 민생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상자산업계는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으며 더욱이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가상자산업계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법인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면 코인 투자는 물론 자사 판매 대금을 코인으로 결제하거나 가상자산 신규사업을 개시하는 등 다양한 사업영역이 열린다. 국내 거래량 2위 거래소인 빗썸은 법인영업팀을 새로 구축하고 인력을 모집했으며 1위 업비트 역시 내부적으로 법인 투자 허용 관련한 계획을 짜고 있다.
고객의 디지털 자산을 보관 및 관리하고 수수료를 받는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시장도 들썩였다. 지난달 30일 우리은행은 지난해 가상자산 수탁업체로 새로 등록된 비댁스와 함께 커스터디를 위한 혁신기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블록체인 기업들과 함께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을 설립했으며 하나은행도 가상자산 커스터디 회사인 비트고에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결국 가상자산에 대한 법인 투자를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검찰과 국세청은 몰수·추징 가상자산 처분용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대학들도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지갑에 보유하고 있지만 원화계좌가 없어 현금화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는 시장 활성화 및 산업 고도화를 위해 필수적인 단계로 당국도 인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은 지난해 가상자산 관련 전담팀도 신설하고 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는데 법인이 계속 배제되는 이상 산업이 전진할 수 없다”며 “내부에서는 이미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상태로, 법인 계좌 허용은 사실상 초읽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