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45)씨는 최근 대출 금리 변동 내역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 6월 은행에서 빌린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가 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후 대출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대출 금리가 계속 올랐다.
한은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지만, 대출금리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한숨은 커지는 모습이다.
은행은 지난 9월 이후 신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높은 연체율로 인해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나, 상생금융 압박에도 ‘이자 장사’를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금리는 연 5.73%로, 지난 9월(연 5.66%) 대비 0.07%포인트 올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전인 9월까지만 해도 평균 금리는 하락세를 기록했으나, 10월 들어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은행은 가산금리를 거듭 올리고 있다. 5대 은행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매달 상승해, 지난 6월 연 3.98%에서 지난달 연 4.19%로 0.21%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조달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되는데,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와 달리 은행이 경영 전략 등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높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가산금리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러 개인사업자 대출만 금리를 높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연체율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라며 “대손 리스크가 커 위험 프리미엄이 많이 붙어 가산금리 값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가산금리는 업무 원가(인건비, 전산처리 비용 등), 법적 비용(보증기관 출연료, 교육세 등), 위험 프리미엄, 목표 이익률 등으로 구성된다.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70%까지 치솟아,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치권에선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은행별 가산금리 산정 근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은행이 지난주 연체 전, 폐업 후 차주(돈 빌린 사람)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보다 시급한 것이 가산금리의 정상화다”라며 “가산금리 널뛰기를 막고 차주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지금 자영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