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특별성과급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실시한데 이어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성과급 지급 규모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이면서 금융권의 성과급 지급 규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은행권에 대한 여론 악화로 ‘성과급 잔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 타결에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 26일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성과급 300% 지급과 특별격려금 1000만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임단협에서 통상입금의 230% 수준 성과급에 합의했다. 사측은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올해 노조가 요구한 수준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기업은행은 노조 조합원 4200여명이 첫 단독 총파업에 참여했다. 노조는 이후에도 진전이 없다면 2차, 3차 총파업도 예고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특별성과급 250% 지급과 밀린 보상휴가에 대한 시간외수당 현금 지급, 우리사주 금액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타 시중은행보다 30% 적은 수준의 임금은 받고 있다며 ‘차별 임금’을 해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 등 직원으로 이루어진 NH농협 노조도 특별성과급 지급 규모와 관련해 지난 26일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50% 지급안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노사가 임단협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타협점을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은행권은 ‘이자 이익 나눠 먹기’ 비판과 정부, 여론 등을 의식해 성과급 수준을 2022년 기본급의 300%에서 지난해 200%로 낮췄다. 올해 다시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이유다.
게다가 올해는 은행들이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 확대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이면서 노조의 요구가 더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9245억원으로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거둔 사상 최대 실적(15조6503억원)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그러나 노조의 요구에도 은행들이 다시 기본급의 300% 이상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계엄과 탄핵, 여객기 참사 등 내수가 한층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성과급 인상 외에 복지 혜택 등을 늘리는 정도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실제로 신한은행 노사는 기본급의 28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하고 대신 휴가 확대, 마이신한포인트 확대 등에 합의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성과급 관련해서 내부에 떠도는 이야기가 매우 많다”며 “올해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