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뉴스1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는 오히려 반등하면서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와 경제 불확실성 확대 여파 등으로 미국 국고채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정금리 주담대의 준거 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26일 기준 3.149%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28일 은행채 금리는 3.000%에서 이달 6일 2.889%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후 다시 반등하면서 열흘 만에 기준금리 인하 전 수준인 3%대로 올라섰고, 26일 3.149%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고정금리(5년 주기·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49~5.89%로, 지난 10일 대비 상하단 모두 0.15%포인트 올랐다. 은행권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는 은행채 금리에 가산금리 등을 더해 책정한다.

한국은행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대출 금리는 역주행 중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도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3.5%로 장기간 동결됐던 기준금리는 두 차례 연속 내려가면서 3.0%까지 떨어졌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뉴스1

보통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금리도 함께 떨어져 대출 금리가 내려간다. 그런데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587%를 기록했다. 미 국채 금리는 장 초반 4.641%로 지난 5월 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지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 국채 금리가 5.0%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내렸다. 그러나 은행채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을 이유로 대출 금리를 내리는 데 미온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금리가 올라도 가산금리를 내려 대출 금리를 조정할 순 있다”며 “내년 가계대출 상황에 따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금리 인하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