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 정리 과정에서 한도를 초과해 자금을 투자한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6개월 추가 완화한다. 투자 규제 완화를 악용해 PF 정상화 펀드에 자금을 출자한 후 꼼수 부실채권 매각으로 부당 이익을 취한 일부 저축은행이 적발되며 논란이 됐으나, 이러한 부작용보다 PF 정상화 지연과 이에 따른 저축은행의 자본건전성 악화가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이달 말 만료되는 저축은행 자본규제 완화 조치를 내년 6월 30일까지로 6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 및 재구조화를 위한 저축은행의 ‘뉴머니’ 공급을 독려하기 위해 한도 이상으로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연말까지는 관련 조처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상호저축은행법 및 상호저축은행업 감독 규정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투자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 집합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의 20% 이내다. 그러나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에 자금을 대는 과정에서 투자액이 자기자본 이상으로 늘어난 곳이 늘었다. 주요 저축은행 중 JT저축은행의 유가증권 투자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의 1.9배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투자 규제 완화 조건으로 ‘진성 매각 요건 충족 시’라는 전제를 달았다. 지난 9월 한 저축은행이 투자금을 넣은 PF 정상화 펀드에 부실 채권을 비싸게 팔아 부당 이익을 얻은 행위가 적발, ‘꼼수 매각’ ‘셀프 매각’ 논란이 일었다. 경·공매로 넘길 경우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데 정상화 펀드에 매각하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는 돈)까지 환입돼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진성 매각은 매각과 매수가 실제로 이뤄졌느냐에 대한 회계상 판단인데, 저축은행이 부실 채권을 자신이 투자금을 출자해 만든 펀드에 고가로 파는 행위를 실제 매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2차 PF 정상화 펀드의 경우 출자사와 부실 채권 매각사가 모두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펀드를 통해 자사가 보유 중이던 부실 채권을 팔고 다시 산 정황도 드러났다.
다만 저축은행이 규제 완화 연장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하고 부실 채권 정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금융 당국의 제동으로 3차 정상화 펀드 논의가 잠정 중단된 데다, 진성 매각 논란에 펀드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외부 투자자로부터 수혈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가 들어오면 요구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경·공매 수준의 헐값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부동산 PF 정리가 지연됨에 따라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부동산 PF 정상화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 부과를 결정했다. 이는 부실 금융사에 금융 당국이 내리는 강제 조치인 적기시정조치의 일환이다. 두 저축은행은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두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각각 19.4%, 15.8%로 업계 평균(8.7%)을 크게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