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조원이 넘는 보증공급 실적을 기록해 온 햇살론15 공급이 내년에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햇살론15 예산안과 관련해 논의하던 증액분이 삭감됐고, 국민행복기금 고갈로 보증 공급 목표액이 1조원에서 6000억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햇살론15는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제공하는 저소득자와 최저신용자 대출 지원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사람 또는 연소득 4500만원 아래이면서 개인신용평점 하위 20%인 사람은 은행에서 15.9% 대출 금리로 최대 1400만원(2024년 말까지 2000만원으로 확대 운영)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2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햇살론15 보증공급 규모는 2021년 1조862억원, 2022년 1조4305억원, 지난해 1조3086억원 등 매년 꾸준히 1조원를 넘기고 있다. 올해도 8월 말 기준으로 5806억원의 보증공급 실적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보증공급 규모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확정된 내년 예산안에 햇살론15 예산의 550억원 증액안이 반영되지 않은 채 정부안인 900억원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안 제출 당시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예산안에 우려를 표했다. 햇살론15는 애초 국민행복기금이 담당하다가 2024년 연내 기금 재원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이관됐는데, 올해 보증공급 규모 중 4000억원 정도는 국민행복기금의 여유 재원으로 충당했다. 올해 추산한 보증공급 규모 1조500억원 중 서민금융진흥원의 공급 목표는 6500억원 수준인 것이다.
내년부터는 국민행복기금의 여유 재원이 없어질 예정이지만 내년도 예산안에는 올해와 동일하게 6500억원의 보증공급 목표를 기준으로 예산이 산출되면서 우려가 나왔다.
예산정책처는 “최근 가계부채 추이 등을 고려하면 햇살론15 등 대출 보증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단기간에 감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증규모에 대한 고려 없이 지난해와 동일한 예산안 편성은 안정적인 보증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재원 확보 방안 등의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지만 증액분이 사라지면서 논의는 원점이 됐다.
일각에서는 대위변제율이 높아지면서 내년 햇살론15 공급 규모가 올해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금융 소비자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1년 새 햇살론뱅크 대위변제율은 8.4%에서 16.2%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저신용자들의 대출 기회가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는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햇살론15 같은 서민 대출 공급 규모가 감소해 저신용자들의 대출이 막히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무위원회는 예비심사보고서에서 “공급 규모가 전년도 대비 과도하게 감소할 경우 불법사금융 등을 이용할 유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금감원도 최근 서민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를 중심으로 신용공급 확대를 위한 적극 노력해달라는 당부를 대부업 관계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근본적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의 재원 범위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최근 금융위는 진흥원의 서민금융보완계정과 자활지원계정을 조성하는 자금 범위를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 정부·지자체 등의 위탁사업비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재원이 나올 수 있는 기금이 없어 상품이 만들어질 때마다 출연을 받고 재원 조성이 한시적으로 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는데, 조성 자금 범위가 확대되면 햇살론 보증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