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둔 핀테크 기업 A사는 최근 신용평가모형 개발에 한창이다. A사는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의 신용을 측정하는 모형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곧 업무협약을 맺을 예정인 한 인터넷은행 설립 컨소시엄에 새로운 지방중소기업 신용평가모형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금융 당국이 네 번째 인터넷은행의 지방중소기업 금융 공급 능력을 주의 깊게 보는 만큼 관련 모형 개발에 전사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일정이 발표되면서 차기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레이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미 출사표를 낸 컨소시엄들은 고도화된 지방중소기업 신용평가모델 개발에 돌입하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금융 당국이 비수도권 중소기업 자금 공급 계획을 심사의 주요 평가 항목으로 정한 가운데 높은 점수를 따기 위한 준비에 나선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4인터넷은행 설립을 준비하는 컨소시엄들은 신용평가모형 개발 경험이 있는 전문 신용평가사 혹은 핀테크 업체와 손잡고 지방중소기업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만드는 중이다. 소소뱅크 컨소시엄은 핀테크 업체인 윙크스톤파트너스와 함께 일찌감치 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했고 2~3개 기업과 추가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가명 데이터 결합을 테스트하며 신용평가모형 개발 전초단계에 진입했다. 더존뱅크 컨소시엄 역시 지방중소기업 특화 신용평가모형 개발을 준비 중이다.

그래픽=정서희

컨소시엄들이 분주해진 것은 금융위원회의 구체적인 인터넷은행 심사 배점이 발표된 직후부터다. 금융위는 심사 총점을 1000점 만점으로 정하면서 포용성 점수에 200점을 배점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2019년 심사 때보다 포용성 배점이 50점 높아졌는데 ‘지역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계획(50점)’이 추가됐다. 금융위는 기존 인터넷은행 3사가 비수도권 지역 기업에 충분한 대출을 내주지 않았다고 보고 이번에 관련 평가 항목을 신설했다.

기존 금융사들은 개인 차주(돈 빌리는 사람) 혹은 대기업의 신용도를 매기는 용도 위주로 신용평가모형을 발달시켰다. 반면 각 지역 특성까지 고려한 중소기업의 대출 상환능력을 세밀하게 측정하는 모형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뒤처졌다. 사업 인가만을 목적으로 지방중소기업에 대출을 무작정 많이 내줄 수는 없는 데다 기존의 신용평가모형만으로 지역 기업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긴 어려운 노릇이다. 이 때문에 컨소시엄들은 사업의 현실성도 키우면서 인가 심사 점수도 따내기 위해 새로운 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했다.

새로운 지방중소기업 신용평가모형 경쟁력은 데이터 분석 능력에서 갈릴 전망이다. 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는 “단순히 지방중소기업 데이터만 많이 쌓는다고 능사가 아니다”라며 “지역의 산업 특성, 지역의 밸류 체인(가치사슬), 해당 산업 전망까지 고려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을 갖춰야 더욱 정교한 지방중소기업 신용평가모형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