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생금융 시즌2′를 준비하는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소상공인·서민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인 상생금융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문제는 상생금융이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이자 장사’ 발언에서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은행들은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주문한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이 부담된다고 합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맞춤형 소상공인 지원방안 마련 은행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상생금융 지원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과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소상공인·서민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 상생금융은 소상공인·서민이 낸 이자를 돌려주는 ‘캐시백’ 형식이었습니다. 은행권은 이를 위해 2조1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캐시백보다 부채를 탕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원 규모는 미정이지만,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했습니다.
상생금융은 윤석열 정부의 압박으로 시작된 정책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초 ‘이자 장사’, ‘은행 종노릇’ 등 은행권을 힐난했고, 금융 당국은 은행권이 고금리로 역대급 수익을 낸 만큼 사회적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결국 은행권은 지난해 말 2조1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직접 은행권 상생금융에 “노력해 주신 은행 경영진에게 감사드린다”고 치하하기도 했습니다.
상생금융 시즌2도 윤 대통령의 주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충남 공주에서 소상공인·골목상권 민생토론회를 열고 은행권의 소상공인 채무조정을 주문했고, 은행연합회는 곧바로 연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현 정권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은행 입장에선 또다시 상생금융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상생금융이 정례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정부가 2년 연속 상생금융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횡재세에 해당한다는 것이 은행권의 시각입니다.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상생금융 요구는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상생금융 시즌2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선 정권이 유지되든, 바뀌든 이런 요구가 계속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정부가 압박하면 은행들이 수조원을 낸다는 점을 확인했으니 이런 요구가 계속되지 않겠냐”며 “정권이 바뀌면 지난 정부에선 하고 우리 때는 왜 하지 않느냐는 압박이 분명 있을 것이다”고 토로했습니다. 올해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도 이래저래 편치 못한 은행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