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어르신 구직자가 비치된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보험사가 운영하는 연금저축 상품인 연금저축보험의 적립금 규모가 올해 3분기 72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익률이 3%를 밑돌며 연금저축보험 대신 미국 등 주요국 증시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를 선택하는 고객이 늘어난 것이다.

연금저축은 5년 이상 납입한 뒤 55세 이후가 되면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연 600만원을 내면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최대로 받을 수 있다. 보험사가 운영하는 상품은 연금저축보험, 증권사 등이 운영하는 상품은 연금저축펀드다. 은행은 연금저축신탁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판매가 중단됐다.

17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생명·손해보험사 27곳의 연금저축보험 적립금은 71조9119억원으로, 전년 동기(72조793억원)보다 1674억원 줄었다. 지난해 말보다는 3140억원 감소했다. 보험사의 연금저축 적립금 규모는 2021년 70조원, 2022년 71조원, 2023년 72조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성장이 둔화되면서 올해 3분기 71조원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증권사가 운영하는 연금저축펀드 적립금은 올해 3분기 17조4954억원으로 올해에만 7618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만 하더라도 적립금 규모 상위 10곳 중 1~7위는 모두 보험사였다. 하지만 8위였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3분기 5위로 올라섰고, 순위권 밖에 있던 삼성자산운용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은 적립금 규모가 줄어들며 순위가 한 단계씩 하락했다.

이는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했으나 연금저축펀드로 이전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20~30대 젊은 직장인 등 신규 고객도 연금저축펀드를 선택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세제혜택을 유지하면서 연금저축펀드로 이전할 수 있다.

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사옥 전경./각 사 제공

이런 현상은 수익률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단순평균 수익률은 2.64%로 연금저축펀드(10.12%)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를 봐도 연금저축펀드가 12% 넘는 수익률을 기록할 때 연금저축보험은 2.6%에 그쳤다.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수익은 미미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금저축보험은 변동금리인 공시이율에 따라 보험사가 수익을 적립해 주는 구조다. 보험사에 돈을 맡기면 보험사가 알아서 공시이율만큼의 이자를 지급하는 셈이다. 공시이율은 시장금리에 따라 움직여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공시이율도 떨어진다. 최근처럼 금리 인하기인 경우 수익률은 더 낮아지는 것이다. 다만 원금 보장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연금저축펀드는 가입자가 직접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 간접 투자하는, 국내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가 올해 약 23% 상승하는 등 미국 증시가 선전하면서 연금저축펀드 수익률을 견인했다. 다만 증시 상황이 좋지 못할 경우 원금손실을 볼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금저축펀드 수익률은 기복이 있어 다른 상품의 수익률보다 높을 때도 있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