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최근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대출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서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 10년간 매년 성장하는 반면 비이자이익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혁신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비이자이익이 그동안 성장하지 못한 이유와 현실적인 대안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국내 은행은 꾸준히 늘어난 이자이익으로 매년 ‘역대급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매년 증가해 2022년부터는 90%를 훌쩍 넘겼다. 올해도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재미를 톡톡히 봐 금리 조정으로 손쉽게 이자이익을 거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이자이익 비중 90% 훌쩍 넘었다
16일 조선비즈가 총 20개 국내은행의 2013~2023년 실적발표를 분석한 결과 은행들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총 423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이자이익은 2014년 34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59조2000억원으로 10년간 24조3000억원이 늘어났다.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도 10년 전 대비 치솟았다. 2013년 89.5%에서 2022년 94.3%까지 오른 이후 지난해엔 91.0%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꾸준히 80% 유지했지만 2022년부터 급격하게 치솟은 것이다.
올해도 이자이익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은행업은 기준금리가 상승하는 기간에 이익이 늘어나고 하락하는 기간에 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까지 인하했음에도 대출금리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에 따라 유지되면서 오히려 이자로 수익을 올리기 매우 좋은 상황이 됐다.
계속 확대되고 있는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올해도 역대 최대 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뒷받침해 준다. 예금금리는 은행의 조달비용, 대출금리는 수익으로, 예대금리차는 곧 은행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5대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신규 취급액 기준, 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036%포인트로, 3개월 연속 상승해 2022년 7월 공시를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다시 1%포인트를 넘겼다.
◇ 비이자이익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자리’
문제는 비이자이익은 제자리걸음, 혹은 더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비이자이익 비중은 2014년 9.1%에서 이후 꾸준히 10%대를 유지하다 2022년 5.7%대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 겨우 9%를 넘겼다. 이자이익의 절대 규모가 크게 상승하는 동안 비이자이익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다. 비이자이익은 2014년 3조5000억원에서 2022년 3조4000억원, 2023년 5조8000억원을 겨우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통한 혁신 없이 예대마진을 통한 이익에만 몰두했다. 은행의 비이자이익에는 신용카드·신탁·방카슈랑스 등 은행연계 보험 상품 수수료, 주식·채권·부동산 등 투자 수익 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 해외 진출 등 새로운 혁신에서 오는 수익도 포함된다.
하지만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은행이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방카슈랑스는 인기가 크지 않아 꾸준히 수익을 내기 어렵고, 해외진출로 인해 발생하는 해외 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오히려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디지털 전환 역시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경쟁력 강화 등에 여전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 당국도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면서 혁신 없이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지적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고금리 상황에서 많은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상생의 의미라든지 여러 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수출을 많이 하는 제조업은 수출시장서 경쟁하고 혁신한 결과로 이익이 나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은행은 혁신이 충분했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그동안 이자장사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혹은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이자수익이 위태로울 때마다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이 오면 다시 뒷전이 돼 버린다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자가 높은 상황이든 낮은 상황이든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은행들이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데, ‘반짝’했다 고금리 상황이 오면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 성장이 멈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