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가 성과급 인상안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특별성과급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고, 시중은행 노조도 지난해 삭감 분까지 포함한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진 측은 ‘돈 잔치’ 비판과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을 이유로 성과급 인상에 신중을 기하고 있어 노사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노조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임원의 비위 행위를 제보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구체적으로 성희롱, 부당한 업무 지시, 용도 외 법인카드 사용 등의 제보를 받고 있다. 농협 내에선 노조가 농협중앙회의 성과급 삭감 조치에 대한 반발로 비위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농협금융지주와 금융 계열사에 전년 대비 성과급 50% 감축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 노조는 연말 성과급 감축에 반대하는 집회도 열 계획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이달 말 총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가 지난 12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관련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88%의 투표자 가운데 95%(6241명)가 찬성했다. 금융노조 총파업에 기업은행이 참여한 적은 있지만, 기업은행이 단독으로 총파업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특별성과급 지급, 밀린 보상휴가(시간외수당) 현금 지급, 우리사주 금액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행 외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도 시중은행과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의 성과급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은행권 노조는 지난해 성과급을 삭감한 만큼 올해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은행권은 ‘돈 잔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해 성과급 지급 액수를 기존 300~400%에서 200~300%로 조정했었다. 지난해 삭감 금액까지 포함해 성과급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요구다.
금융 당국은 올해도 은행권을 향해 이자 수익 확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와 정치 상황 불안정 등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만 고금리 혜택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여선 안 된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시각이다.
은행들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기업은행과 농협이 사측과 충돌하면서 다른 은행 노조들도 강경모드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노조의 강경모드는 탄핵 정국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사측은 여전히 금융 당국의 기조에 맞춰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성과급을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은행권 사건·사고도 많았고, 대출 금리 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계속되고 있다”며 “정국이 불안정하고 경기 침체도 심해져 은행만 성과급을 늘리기에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다만 노조가 2년 연속 성과급 삭감을 받아들일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