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 등으로 모임이 많은 12월은 카드사에 대목 시즌이지만, 최근 불안한 정국이 지속되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12월 프로모션을 내놓고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잡기 위해 나섰다. 롯데카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중소벤처기업 유통원이 주관하는 동행축제를 통해 12월 한 달 동안 전국 1300여개 ‘백년가게’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BC카드 역시 연말을 맞아 자체발급카드인 ‘바로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31일까지 총 1만명에게 추첨을 통해 아이폰16 프로 10만원 구매 기회(10명), 페이북머니 최대 3만원권(9990명) 등 경품을 제공한다.
우리카드는 대표적인 카페 할인카드 ‘D4카드의정석 II’에 대해 이달 말까지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폴바셋 등 4곳에서 커피 할인한도를 두 배 늘렸다. 신한카드는 포인트 플랜을 통해 전월실적에 따라 최대 5만점까지 포인트를 제공한다. 특히 소비가 많은 12월에는 적립 포인트 외에 추가로 1만점의 특별 포인트를 준다.
카드사의 이런 노력에도 12월 3일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줄었다.
통상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내수 경기도 침체된다. 역대 탄핵정국에서도 내수 소비가 고꾸라지면서 직접적인 후폭풍을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탄핵정국’이 시작된 2016년 4분기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그해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이듬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결정되면서 소비 소매판매액 지수는 1%대 증가율로 추락했다. 2004년 3~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부터 기각까지 기간에도 마찬가지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환율 상승에 따른 여행업 위축도 고민거리다. 비상계엄 사태로 1430원대까지 치솟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로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인 1450원 선을 넘어 1500원 선까지 상승할 경우 해외여행 취소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결제로 인한 매출이 상당한 카드사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카드사들의 3분기 매출은 대체로 전년 대비 좋은 편이다. 국내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2조25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마냥 웃을 수 없다. 3분기 호실적이 비용절감에 따른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소비심리 위축이 카드사의 4분기 실적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지표로 여겨지는 원·엔 환율도 930원대까지 올라가면서 전반적인 해외여행 감소세 등이 예상된다”면서 “예년과는 달리 올해 12월은 대목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