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정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연내 예상됐던 업계 구조조정은 계엄 사태 여파 등으로 다소 미뤄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저축은행 부실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업계의 고정이하여신(NPL) 감축 계획을 제출받고 있다. 금감원은 NPL 감축 계획 이행 현황 등을 점검하면서 저축은행업계의 부실채권 정리를 독려할 계획이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재평가를 진행하면서 NPL 비율도 대폭 늘었다. 3분기 기준 전체 저축은행 79곳의 NPL 비율은 11.16%다. 전체 여신의 11.6%가 회수 불가능한 부실채권이라는 의미다. NPL 비율이 20%를 넘은 곳도 4곳에 달했다. 솔브레인저축은행의 경우 NPL 비율이 36.9%다.
금융 당국은 부실 PF 사업장 정리가 지지부진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도 병행해 건전성 관리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두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 회복을 기대하며 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다만 부실 저축은행 2곳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적기시정조치란 부실 소지가 있는 금융사에 금융 당국이 경영개선을 주문하는 조치다. 경영개선은 권고·요구·명령 등 3단계로 나뉜다. 최종적으로 금융 당국의 요구 수준을 맞추지 못하면 금융업 라이선스 반납까지 가능하다.
당초 업계는 이번 적기시정조치를 시작으로 저축은행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 적기시정조치를 당분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계엄 정국으로 시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기시정조치를 내려 금융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도 저축은행 적기시정조치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4일 정례회의에서도 안건이 다뤄지지 않을 경우 적기시정조치는 해를 넘기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는 당국 조치는 미루는 것이 맞는다”면서도 “부실이 심각한 일부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은 차질 없이 진행해야 오히려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