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사옥 전경./각 사 제공

올해 12월 보험사 절판 마케팅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보장금액 한도 가이드라인 시행, 무·저해지 해지율 가정 원칙 등으로 보험료는 오르고 보장 한도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의료개혁으로 규제가 강화돼 앞으로 파격적인 상품은 출시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수술비 보험과 간병비 보험의 보장 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보험상품의 보장금액 한도 산정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 당국은 입원·통원·간병일수에 따라 보장금액을 지급하는 담보, 경증상해·질병에 대한 수술·후유장해·치료 담보, 실손의료비 외 실제 손해를 보장하는 담보 등의 한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고객이 실제 지출한 의료비용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초과이익을 노린 과잉진료를 막겠다는 취지다. 특히 실손보험 가입자의 입원·통원일당 한도는 미가입자의 70% 이내로 설정된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4000만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장 한도 축소는 필연적이다.

수술비보험은 특정 수술에 한해 10만~30만원을 보장해 왔으나, 최근 모든 질병에 대해 수술당 10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까지 등장하며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증 질병에 대한 수술조차 100만원을 보상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간병비 보험은 보험사가 간병인을 파견해 주는 ‘지원일당’과 간병인을 고용하면 약속한 보험금을 고용할 때마다 지급하는 ‘사용일당’으로 나뉘는데, 사용일당 담보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벌써 절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더 좋은 조건에 가입할 기회가 사라지니 빨리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선 타격을 받는 상품이 수술비 보험과 간병인 일당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절판 마케팅은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보험 '절판 마케팅' 사례. '10일 뒤면 이 혜택은 영원히 사라진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네이버 블로그 캡처

특히 금융 당국이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 가정을 더 보수적으로 설정하라는 원칙을 세운 만큼 내년에는 보험료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 완납 전 계약을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적은 상품을 뜻한다. 해지율 가정이 바뀌면 보험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늘어나는 부담만큼 보험료가 인상되는 셈이다.

더구나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 출시는 더 힘들어졌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여러 곳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데, 금리 인하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게 되면 수익률(예정이율)이 줄어든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고객이 내야 할 보험료도 인상되는 게 보통이다. 생명보험사들은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120%에서 110% 후반대로 인하하고 있는 추세다.

보험업계 안팎에선 의료개혁으로 규제가 강화된 만큼 앞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료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개혁이다. 금융 당국은 실손보험으로 보상을 받고 보험사 상품으로 추가 보상을 받아 지출한 의료비 이상의 보험금을 수령하는 환경이 과잉진료를 부추긴다고 봤다.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담보의 한도를 늘린 상품이 등장하면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금융 당국이 비례형 담보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것도 의료개혁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