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업계는 비례형 담보를 둘러싼 잡음으로 시끄러웠습니다. 금융 당국의 주도로 보험사가 비례형 담보 판매를 중단했는데, 일부 설계사들이 신규 가입을 할 수 있다며 홍보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결국 금융 당국이 보험사를 불러 모아 엄정 조치하겠다는 경고를 내리고 나서야 잡음은 일단락됐습니다. 상품 하나라도 더 팔겠다며 절판 마케팅을 넘어 꼼수를 부리는 일부 법인보험대리점(GA)의 영업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손해보험사 관계자들을 호출해 비례형 담보 판매가 중단된 이후 민원이 제기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달 22일 비례형으로 설계된 3대(암·뇌·심장질환) 주요치료비와 순환계 치료지원금, 상해·질병 치료지원금 판매를 중단하라는 감독행정을 내린 지 일주일만입니다. 당시 보험사 관계자들은 문제가 발견된 보험사에 감사·검사까지 벌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금융 당국은 보험업계에 과열경쟁이 벌어질 때마다 개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판매 중단 조치 일주일만에 보험사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던 것일까요. GA업계의 무분별한 영업행태가 원인이었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감독행정이 있었던 지난달 22일로 돌아가야 합니다.
금감원은 지난달 22일 감독행정을 내린 뒤 보험사에 상품 판매를 곧바로 중단하라는 요구까지 합니다. 절판 마케팅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죠. 마지막으로 상품을 판매할 일주일 정도의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부터 영업 현장에선 이상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판매는 중단됐는데, 일부 보험사의 상품에 여전히 가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설계사들은 빨리 자신에게 연락하면 상품에 가입시켜 주겠다는 홍보까지 했습니다.
상품 판매는 중단됐는데, 가입은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일까요. 이는 청약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드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상품 판매가 중단된 지난달 22일 이전부터 청약을 진행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완료되지 않은, 그래서 시스템상에만 등록돼 있는 가계약의 개인정보를 바꾸는 것입니다. 가령 설계사가 A씨를 가입시키기 위해 시스템에 설계를 생성해 뒀다 A씨가 가입을 포기했다면, 가입자를 B씨로 바꿔 B씨를 가입시키는 것입니다. 판매 중단으로 신규 설계 생성이 불가능해지자 과거 등록된 청약을 활용하는 것으로, 고객 등록 시점만 확인해도 들통나는 꼼수죠.
보험사는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금감원이 모니터링까지 진행하는 와중에 상품을 더 판매하는 것은 감독행정을 따르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험사도 금감원 뜻을 거스르며까지 상품을 판매할 필요는 없죠. 이 때문에 보험사는 신규 가입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으나, 일부 설계사들은 지난달까지 가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해 혼란은 거듭됐습니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보험사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경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금감원은 판매 중단(지난달 22일) 이전부터 청약이 진행 중이었던 계약은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계약자나 피보험자 개인정보를 변경하는 꼼수는 불가능하도록 청약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험사가 잘 보관·관리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꼼수 가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이죠.
보험사는 일선 영업 현장의 과도한 영업 행태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고 언급된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 설계사가 허위사실을 토대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처럼 했다”라며 “잠재 고객들을 확보한 뒤 이들에게 영업하기 위한 편법인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