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여있던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기준과 평가 배점표가 28일 공개됐다. 앞선 1·2차 때와 달리 ‘포용성’과 ‘자본력’ 배점이 각각 50점씩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금융 당국은 비수도권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공급 계획을 평가 항목에 추가했다. 또 대주주뿐 아니라 주요 주주의 자금조달계획까지 받아 자본 확충이 문제없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핀다는 계획이다.
다만 몇 곳을 인가할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금융 당국은 2차 인터넷은행 인가 기준 발표 때만 해도 최대 2곳을 인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높아진 인가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한 곳도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포용금융’ 중점 심사...5년 치 이행 계획도 따진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주요 평가 항목 및 배점’에 따르면 1000점 만점에 사업계획에 대한 배점은 750점이다. 사업계획은 3가지로 나뉘는데, 배점은 혁신성 350점, 포용성 200점, 안정성 200점이다. 2차 땐 포용성 배점이 150점으로 가장 낮았으나, ‘지역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계획(50점)’이 추가됨에 따라 배점이 높아졌다.
금융위는 ‘비수도권 중소기업’을 콕 집어 자금 공급 계획을 중점 심사하겠다고 했다. 수요 대비 금융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기존 은행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차별화된 고객군’을 겨냥한 사업 계획도 살피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단순히 계획으로 끝나지 않도록 연도별 자금 공급 목표치와 향후 5년간 이행 계획·건전성 관리 계획 등도 받아 평가하기로 했다. 기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약속해 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점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추후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업무 제한 등의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 대주주 자본력·주요 주주 자금조달계획 살펴
자본금 및 자금조달 방안에 대한 배점도 100점에서 150점으로 높아졌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최소 자본금 요건은 250억원이나,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선 더 많은 자본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기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는 초기 자본금을 2500억~3000억원씩 마련했고, 이후 2조원 안팎까지 증자했다.
금융 당국이 중점을 두는 것은 안정적인 추가 자금 조달이다. 가장 최근에 설립된 토스뱅크만 해도 설립 후 3년간 8차례 증자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분율 희석 없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여력이 있는지 자본력을 중점 평가할 예정이다. 또 대주주의 검찰 기소, 형사 재판 등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울 경우를 가정해 다른 주요 주주의 자금조달계획도 심사한다.
◇ 5개 컨소시엄 제4인뱅 출사표
현재까지 출사표를 낸 컨소시엄은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총 5곳이다. 이중 자본력이 보장된 대주주를 확보한 컨소시엄은 드물다. 시중은행은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은행법상 은행이 다른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를 초과해 소유하면 자회사로 편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은행은 다른 은행을 지배할 수 없다.
은행을 제외한 주주 중 향후 2~3년 내에 수천억원을 문제없이 조달할 만한 자금 여력을 가진 대주주를 찾는 것이 결국 관건일 전망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존 3사의 대주주인 카카오, KT, 토스도 초반 자금 조달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진 바 있는데, 이 정도 수준이 안되는 대주주를 앉힌다면 인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더존뱅크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인 더존비즈온을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으로, 신한은행·DB손해보험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전망이다. 한국소호은행은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우리은행, 우리카드와 손을 잡고 설립을 추진 중이다. 유뱅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인 렌딧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의료 업체 루닛, 자비스앤빌런즈(브랜드명 삼쩜삼), 트래블월렛, 현대해상, 현대백화점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다. IBK기업은행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소소뱅크는 35개 소상공인 유관 단체와 11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연합했다. AMZ뱅크는 농업 유관 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