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씨카드로부터 독립해 독자 결제망 구축에 나선 우리카드가 건전성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결제망 구축 등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위험 자산인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취급을 늘린 영향이다.

우리카드 건전성 지표가 전업 카드사 중 가장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 우리카드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카드) 중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곳은 우리카드다.

우리카드 3분기 연체율은 2.45%로 전년 동기 대비 0.35%포인트 악화됐다. 같은 기간 타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하락 국면을 보인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7개 카드사 평균 연체율은 1.65%로 우리카드가 전업카드사 중 가장 높은 연체율을 보였다.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카드 3분기 말 NPL 비율은 1.50%로, 전년 동기 대비 0.35%포인트 올랐다. 카드사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NPL비율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연체돼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의 비율을 뜻한다. 카드사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3분기 말 NPL비율 평균은 1.18%다.

우리카드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한 데에는 올해 카드론 신규 취급액을 크게 확대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간 우리카드는 타 카드사 대비 카드론 취급액이 적은편이었는데, 지난해부터 카드론 자산을 지속 늘렸다.

실제 2022년말 2조6527억원 수준이던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3조3334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10월에는 이미 4조306억원을 넘겼다.

우리카드가 위험 자산 취급을 확대한 이유는 독자가맹점 확보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함이다.

우리카드는 창립 당시부터 비씨카드 결제망을 사용하며 수수료를 지급해왔지만, 지난해 비씨카드와의 결별을 택했다. 지난 10월 기준 우리카드가 모집한 독자가맹점수는 200만점으로 비씨카드가 보유한 전체 가맹점 345만점의 58% 수준까지 따라잡은 상태다.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가 취임 초부터 독자가맹점 확대 의지를 밝혔던 만큼 우리카드의 가맹점 확보 영업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독자가맹점 구축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단기간 많은 독자가맹점 확보를 위해 판매관리비 지출을 지난 2021년 3분기 1570억원에서 올해 3분기 2120억원으로 35% 늘렸다.

당초 우리카드는 지난해말까지 독자가맹점 200만 달성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모집 속도가 더뎠다. 결국 올해 10월에야 해당 목표 수치를 달성했다. 주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가맹점은 빠르게 확보했지만, 전국의 중소·영세가맹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추가 가맹점 확보에 따른 마케팅 비용 지출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우리카드는 독자결제망 구축에 들어간 비용을 10년간 나눠서 인식하기로 했다. 우리카드가 실적 복구를 위한 영업전략을 지속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드업황이 악화됨에 따라 많은 카드사들이 비용절감을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카드의 경우 독자가맹점 구축에 따른 비용이 추가 발생하고 있다”며 “타 카드사 대비 불리한 영업조건이 단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여 내부적으로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