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선거 캠프 출신 보은 인사가 지속되면서 농협이 내홍을 겪고 있다. 강 회장 측근들이 이미 요직을 꿰차고 있는데,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다시 낙하산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내부에서 파다하다. 금융 당국이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중앙회의 인사 개입을 최소화하라고 경고했지만, 이미 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강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강 회장이 선거 기간에 ‘마음을 나눈 분들’에게 보은 인사를 하면서 농협이 여러 갈래로 찢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캠프 출신 보은 인사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 “캠프 출신이라기보다 저와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고 답변했다 질타를 받았다.
노조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에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농협생명 대표 등 임기 만료 예정인 자리에 대한 간섭과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며 “게다가 선거 캠프 멤버 중 이미 낙하산을 탄 자는 ‘더 좋은 자리를 달라’, 아직 자리를 못 받은 자들은 동일한 요청을 하는 바람에 비서실과 농협재단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노조는 강 회장 취임 후 진행된 49명의 고위직 인사가 모두 강 회장 선거 캠프와 관련된 퇴직자라는 점도 지적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준섭 전 NH농협무역 대표는 2022년 퇴임한 뒤 중앙회장 선거에서 강 회장을 도운 뒤 중앙회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같은 해 퇴임한 여영현 전 농협네트웍스 대표도 강 회장 선출 이후 상호금융 대표이사가 됐다. 김창수 남해화학 대표(전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장), 조영철 농협에코아그로 대표(전 농협홍삼 대표), 박서홍 농협경제대표이사(전 농협경제지주 상무) 등도 퇴임 후 강 회장 체제에서 재취업했다.
박석모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과 김정식 농민신문사 대표는 모두 2016년에 퇴임했는데, 8년 만에 현업에 복귀했다 이들도 중앙회장 선거 기간 강 회장을 도운 것으로 전해진다.
위탁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은 전직 중앙회장이 복귀하기도 했다. 강 회장 취임 이후 김병원 전 회장은 농협대 초빙교원으로 채용됐다. 농협대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초빙교원을 선임하지 않았다. 선거 기간 동안 김 전 회장과 그의 측근 인사들이 강 회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중앙회장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2021년 당선 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농협 내부에선 “중앙회장이 측근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강 회장의 보은 인사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 계열사 CEO 선출에도 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은 지난달 농협금융지주에 중앙회의 부당한 경영·인사 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중앙회가 농협금융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취약한 지배구조 탓에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연말 임기가 끝나는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후임으로 경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물망에 오르고 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농협은행 A 부행장과 B 부행장, 계열사 C 대표 등이 모두 경남 출신이다. 강 회장이 경남 합천 출신이라 이들이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와 서옥원 NH농협캐피탈 대표의 후임에도 강 회장 측근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협 내부 고위 인사는 “강 회장이 24~25대 중앙회장 선거를 연달아 치르면서 챙겨야 할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특히 김병원 전 회장 측근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퇴직한 OB(Old Boy·올드보이)들을 많이 채용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