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줄어드는 은행 점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점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 취약계층 지원 측면에서 점포 수를 줄일 경우 이를 대체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고령자나 저소득층 등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대응이라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금감원과 은행장들이 진행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은행 점포 폐쇄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이 자리에서 은행 점포의 대체 수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 AI점포를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점포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2017년 6월 말 기준으로 3671개에 달했는데,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2817개에 그쳤다. 7년 동안 854개의 점포가 줄어든 것이다.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13일과 31일에 걸쳐 38개 영업점(출장소 4개 포함)을 폐쇄하고 인근 영업점과 통합하기로 했다. 농협은행 다음으로 올해 가장 많은 점포를 폐쇄한 은행은 우리은행으로, 36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금융 당국은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인구 소멸 지역이라든지 지방의 은행 점포가 사라지고 금융 접근성이 낮아진다고 하는 우려와 지적이 있다”며 “우체국을 은행 대리점으로 활용하는 등 전향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국이 우려하는 지점은 은행들의 점포 폐쇄로 고령층, 저소득층, 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노인의 여가 및 정보화 현황’ 보고서를 보면 전체 노인 중 금융거래가 가능한 노인은 20.2%, 키오스크 활용 주문과 접수가 가능한 노인은 17.9%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AI점포가 노인 등 금융 취약계층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의문이 크다.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심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 취약계층이 사람이 없는 AI 점포를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성형 AI를 도입한 은행 점포를 열었다. 다루기 어려운 키오스크 형태가 아닌, 은행원과 대화하는 것처럼 컴퓨터와 말을 주고받으며 업무를 볼 수 있게 했다.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 입출금 창구에서 일어나는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금융업계는 아직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으로 AI점포는 갈 길이 멀다고 설명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점포에서 AI상담원과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노년층 고객은 여전히 낯설 수 있기 때문에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은행이 점포 수를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인데, 급격한 은행지점 폐쇄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알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더 고심 중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