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131개 새마을금고가 부실 및 부실우려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실우려 금고 수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강화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시행 후 지역 금고들의 부동산 PF 채권이 대거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면서 부실금고도 덩달아 늘어났다.

21일 금융권에 따르기 3분기 말 기준 전국 지역 금고 1282개 경영실태평가 결과 4등급(취약)을 받은 금고는 126개, 5등급(위험)을 받은 금고는 5개로 집계됐다. 경영실태평가는 각 금고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등 경영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다섯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통상 1~3등급은 우량 혹은 양호 금고를 뜻한다. 반면 4등급은 부실우려, 5등급은 부실 금고로 분류된다.

올해 6월 말만 하더라도 전국 금고 중 5등급 금고는 없었으며 4등급 금고만 59개 있었다. 불과 3개월 만에 4등급 금고 수는 67개, 5등급 금고 수는 5개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면 4등급 금고 수는 20개에서 126개로, 5등급 금고 수는 0개에서 5개로 대폭 늘었다.

4·5등급 금고 수가 세 자릿수를 돌파한 것은 금고 역사상 이례적인 상황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만 해도 4·5등급 금고 수는 4~11개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2023년 20개로 늘기 시작했고 올해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 4·5등급 금고 수가 대폭 증가한 이유는 지역 금고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앙회는 대출 채권 중 부실채권 비중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증가해 자산건전성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4일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호평지점에서 고객들이 예·적금 상품을 해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지점 문을 연지 한시간 만에 50명이 넘는 고객이 몰려 예상 대기 시간이 2시간을 넘겼다,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600억원 규모 대출 채권 부실로 지난해 7월 22일 화도새마을금고에 인수합병됐다. /정민하 기자

특히 부동산 PF 관련 부실채권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부터 부동산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방식은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재편됐다. 사업성 평가 방식이 바뀌면서 사업성 평가 기준은 강화됐고 평가 등급 중 유의(C) 및 부실우려(D) 등급이 새로 생겼다. 이 때문에 부동산 PF 사업장 중 사업성이 좋지 않은 곳에 대한 채권이 대거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됐다.

고정이하여신의 증가는 금고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금융사는 부실채권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재무제표상 비용은 커지는 반면 순이익 규모는 작아진다. 지역 금고들 역시 부동산 PF에서 발생한 부실채권 때문에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했고 수익성도 함께 나빠졌다. 이러한 요인이 3분기 경영실태평가에 반영돼 4·5등급 금고가 무더기로 발생한 것이다.

중앙회도 부실금고가 속출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중앙회 관계자는 “지역 금고를 대상으로 기업대출 규모를 줄이고 금고별 위기 대응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도했다”며 “또한 중앙회는 최근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공동 출자로 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