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연말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을 틀어막으면서 내년 대출 신청에 벌써 ‘오픈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내년 예정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등으로 은행 대출 증가율이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 은행의 전년 말 대비 원화대출 증가율은 올해 대비 둔화한 4.5%로 전망됐다. 올해 전망인 6%에 비해 1.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원화대출은 4.6% 증가했다.
내년도 전망이 쪼그라든 가장 큰 이유는 가계대출 조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적 요인이 큰데, 내년 7월에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이 예정돼 있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가계대출 한도가 줄고, 모든 금융권 대출이 규제를 받는다.
금융연구원은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내년 하반기 시점에 DSR 산정 때 적용되는 금리는 연 5% 안팎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중 최고금리와 현재 금리 차이를 반영해 매년 6월과 12월 산정한다. 금리 인하 기조를 가정하고 내년 12월까지 은행의 신규취급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총대출 금리가 1%포인트씩 하락한다고 가정했을 때 금리다. 이는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 수준에 달한다.
실제로 연 소득 1억원 금융소비자가 30년 만기, 혼합형(5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금리 연 4.5%를 적용하면 6억58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단계를 적용하면 수도권은 6억600만원, 지방은 6억2400만원으로 각각 줄어든다. 3단계가 적용되면 지역과 무관하게 5억9400만원까지 한도가 준다. 규제 적용 전과 비교해 약 1억원의 한도가 감소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대출 실수요자들은 내년 초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이 ‘리셋’되면 여신 한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1월 주담대 ‘오픈런’까지 불사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기 전, 여신 한도가 늘어났을 때를 노리는 수요다. 주담대 신청은 대출 실행일 기준 60일 전부터 신청이 가능한데, 일부 은행과 보험사 등에선 올해 접수를 끝내고 내년 1월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은행 관계자들도 내년 대출 성장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중이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6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개인사업자 대출은 성장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올해 초 금융 당국과 가계대출 관련 논의 후 경영계획을 수정한 적이 있다”며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어 현시점에서 내년 대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턴 2금융권에도 경영 계획을 받기로 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는 다른 은행들의 기조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