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에 있는 신한은행 한 점포엔 은행원이 없다. 문을 열면 인공지능(AI) 모델이 안내를 돕고 번호표를 뽑아준다. 순번이 돼 창구에 찾아가면 다시 AI 모델이 고객과 함께 업무를 본다. AI 모델이 나오는 화면에 대고 “적금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하자 곧 3가지 적금 상품을 추천했다. 터치스크린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연 이율과 우대금리 혜택 조건 등 상품에 대한 상세 설명이 나온다. 이곳에선 번호표를 뽑을 때부터 상품에 가입하기까지, 사람의 도움 없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18일 문을 연 신한은행 소공동 AI 점포는 전국 최초로 생성형 AI를 도입한 은행 점포다. 이곳 점포 면적 330㎡(약 100평)의 절반은 무인 시스템을 위한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2m 높이의 반투명 디스플레이에 표출된 AI 안내원이 고객을 맞이한다. 그 뒤로는 무인 기기를 통해 업무를 볼 수 있는 비대면 공간이 있다. 이 비대면 공간엔 2개의 AI 창구가 있다.
AI 점포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은행 점포의 입출금 창구 업무를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시도했다는 점이다. ATM에서 가능한 입출금 및 이체 업무는 물론 예·적금 가입과 환전 등 ATM에서 불가능했던 업무도 고객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기존 점포에서 직원에게 방문 목적을 말하면 입출금 창구와 대출 창구를 분리해 번호표를 뽑아줬듯이 정문 앞 디스플레이 속 AI 안내원에게 방문 목적을 말하면 AI 창구 혹은 대면 창구에 해당하는 번호표를 발급한다.
독립된 공간인 AI 창구 내에선 은행원과 대화하는 것처럼 컴퓨터와 말을 주고받으며 업무를 볼 수 있다. 단순히 버튼만 누르는 방식인 ATM과 달리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기자가 “적금 우대 금리 혜택을 알려달라”고 말하자 화면 속 AI 은행원은 상품별 우대금리 혜택의 차이를 분류해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6개월 전부터 자체적인 AI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으며 소공동 AI 점포 개소와 함께 처음으로 고객 응대에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만 AI 점포 내에서 모든 업무를 AI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출상담과 기업 업무 등 여러 서비스는 여전히 은행원과 상담을 거쳐야 한다. 기자가 입구의 AI 안내원에게 “재테크 상담을 받고 싶다”라고 말하자 AI 안내원은 대면 창구 번호표를 발급했다. AI 창구에서 상담 중 “통장에서 돈을 뽑고 싶어”라고 말하자 역시 대면 창구로 상담을 옮겨야 했다. AI 창구 내 기기에 실물 통장을 인식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AI 창구를 통해 볼 수 있는 업무는 환전 수령 업무를 제외하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업무다. AI 기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특출난 이점은 없다.
점포 서비스 이용 환경도 대면 창구를 이용할 때보다 원활하지 않았다. 주변 소음이 심한 상황에서 AI 안내원에게 “적금 들고 싶어”라고 세 번 말했으나 AI 안내원은 어떤 업무를 요구하는지 인식하지 못했다. “적금에 가입하고 싶어”라며 예시문대로 말하자 그제야 AI 안내원은 AI 창구 번호표를 발급했다. 안내 자막이 빠르게 움직인다는 점은 고령층 이용의 불편함을 더하는 요소다.
신한은행은 소공동 점포에서 AI 운용 경험을 기반으로 AI 시스템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AI 창구는 입출금 창구 업무만 볼 수 있지만 앞으로 대출상담까지 확장할 예정이다”라며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페이스 등을 계속 개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