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수수료 부과 대상을 용역수행 대가로 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금융권을 비롯한 업계에서는 금융회사가 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적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어떻게든 규제를 비껴갈 꼼수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9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금융권·건설업계와 간담회를 개최해 ‘부동산PF 수수료 TF’를 통해 마련된 제도개선 방안을 설명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현재 PF 수수료는 주선이나 자문 등 PF금융 취급 시 금융회사가 수행하는 용역의 용역 수행 대가 이외에도 신용위험 부담 대가와 개발이익 공유 목적 등이 혼재돼 있다. 금융 당국은 이 수수료 부과 대상을 용역 수행 대가로 제한하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우선 PF금융에 수반하는 용역이나 서비스 대가에 한해 수수료를 부과한다. 용역 제공이 없는 페널티 수수료나 만기 연장 수수료 등은 폐지하고 주선·자문수수료와 같이 만기 연장 때 용역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반복적으로 거둬들이는 수수료의 부과도 제한한다.
또 PF금융 실행·만기연장 등에 따른 신용위험 상승분을 대출금리에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사들의 개발이익 공유는 수수료 수취가 아닌 지분(Equity) 참여 확대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공유하는 쪽도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수료 부과체계도 정비해 현재 32개에 달하는 수수료 항목을 11개로 통합·단순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수수료 관련 신뢰도 및 비교가능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수료 부담이 줄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융회사가 PF 사업장에 자금을 댈 유인 역시 줄어들 수 있다. 대신 정부는 금융회사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일정 수준의 자본을 갖춘 사업자에게 대출을 내어줄 경우 금융회사가 산정하는 대출 위험가중치와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수수료가 줄어들면 금융회사의 사업 참여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PF업계 관계자는 “건설 시장은 더 어려워졌는데 수수료를 제한하면 리스크는 높고 수익률은 떨어져 자금을 조달하려는 금융사가 없어질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부족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라고 했다.
기존 수수료를 통한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꼼수가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다른 PF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수수료를 용역 대가로 한정하면) 용역을 한 것처럼 수수료 수취 구실을 만들어 내는 등 규제를 피해 가는 방안이 분명 나올 수 있다”고 했다.
PF 대출을 받는 시행사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대출이 필요한 시행사가 을인 상황에서 독점계약 시 갑인 금융사가 요구하는 금융주선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