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탄천유수지 반려견놀이터. /연합뉴스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유일하게 일반보험(재가입형) 상품을 판매했던 삼성화재가 최근 상품 유형을 장기보험(갱신형)으로 변경했다. 보험사 간 갈등으로 번질 정도로 재가입형을 고집했으나, 갱신형 상품의 수요가 더 많다고 판단되자 뒤늦게 방향을 튼 것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에 판매하던 펫보험 유형을 재가입형에서 갱신형으로 변경해달라고 지난 12일 요청했다. 지난 7월 서비스 출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에서 비교·추천되는 펫보험은 갱신형으로 통일됐다. 네이버페이가 출시할 비교·추천 서비스에도 갱신형 펫보험이 입점될 것으로 보인다.

갱신형은 일정 주기(3년)마다 보험료가 변동되는 상품이다. 반면 재가입형은 3년 후 계약이 만료돼 상품에 다시 가입해야 한다.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가입 기간 중 보험금을 많이 받으면 재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재가입형과 갱신형은 완전히 다른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는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 당시 서비스에 탑재할 펫보험 유형을 통일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유형의 상품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펫보험 대다수가 갱신형임에도 나홀로 재가입형을 끝까지 고수했다. 금융 당국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각 보험사가 원하는 유형의 펫보험을 서비스에 탑재하되, 차이점을 설명하는 문구를 플랫폼에 기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결국 삼성화재는 재가입형을, KB손해보험·현대해상은 갱신형을 각각 선택했다. 서비스 출시 2주 뒤 합류한 DB손해보험도 갱신형 상품을 판매했다.

삼성화재 사옥 전경. /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가 재가입형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자사 갱신형 펫보험이 타사 상품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인식되면 외면을 받을 수 있어, 더 유리한 재가입형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다수 고객이 갱신형에 가입하는 것으로 생각되자, 지난달 갱신형 펫보험의 보장을 업계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상품을 비교·추천 서비스에도 입점시키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앞서 삼성화재는 펫보험에 반려동물 스케일링 등 치과치료비를 신설하고, 보험료는 월 5만5000원(말티즈 4세 기준)으로 인하했다. 보상비율도 50~100%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보상비율이 100%라는 것은 고객의 자기부담금이 없다는 뜻이다. 펫보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기부담률이 0%에 가까운 상품이 속속 출시되자 이에 발맞춰 보장을 확대한 것이다.

펫보험은 최근 손해보험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500만명이 넘어섰지만, 보험 가입률은 2% 안팎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10개 손해보험사(메리츠·한화·롯데·삼성·현대·KB·DB·농협·라이나·캐롯손보)의 일반·장기 펫보험 계약 건수는 14만4884건으로, 지난해 말(10만9088건)과 비교해 33% 늘어났다. 2018년에는 7005건에 불과했으나, 2019년 2만4199건, 2022년 7만1896건으로 급증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지난달 펫보험 상품 개정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갱신형으로 (비교·추천 서비스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