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조선DB

금융 당국이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확대를 위해 은행이 발행하는 커버드본드 관련 원화예대율 규제를 완화한다. 규제를 완화하면 중·장기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은행권에서 30년 고정금리 주담대 출시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런 내용의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을 마련했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담대·국고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장기채권이다. 발행기관이 파산하더라도 담보자산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보장해 비교적 안전한 채권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은행의 원화 예대율을 산정할 때 만기 5년 이상의 커버드본드 잔액을 원화예수금의 최대 1%까지 포함할 수 있었다. 금융위는 이에 더해 만기 10년 이상 커버드본드 잔액에 대해 별도의 1% 인정 한도를 추가로 부여하기로 했다. 은행은 원화 예대율을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 커버드본드 잔액을 원화예수금으로 인정받으면 대출 여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원화예수금이 270조원인 은행이라면 커버드본드 발행 잔액 중 2조7000억원까지 예수금으로 인정받는다. 규제가 완화되면 이 은행은 만기 10년 이상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때 이 한도가 5조4000억원까지 늘어난다. 예대율 한도 관리에 민감한 은행 입장에서는 예수금 인정 한도가 커지는 만큼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유인이 늘어난다.

일러스트=손민균

은행들은 10년 이상 장기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고정금리 주담대 공급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 완화로 은행들이 30년 고정금리 주담대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질적 개선을 위해 은행들에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이 주로 판매하는 고정금리 주담대는 5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상품이다. 반면 미국 주담대는 30년 고정금리 상품이 주를 이룬다. 미국의 올해 4월 신규 주담대 중 3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은 84.6%에 달했다.

금융 당국은 이런 짧은 주기의 고정금리 주담대는 금리 인상기에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커버드본드 예대율 규제 완화도 미국처럼 가계대출 구조를 장기 고정금리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위는 “커버드본드에 대한 예대율 규제를 완화해 은행의 발행 유인을 제고하고, 장기·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자금조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