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를 위해 주식거래를 자주 하던 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처음으로 가상자산 관련 종목을 매수했다. 김씨는 평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대해 ‘실체도 없는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최근 시장의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 거래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지금 모든 시장 자금이 가상자산에 모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시장은 재미가 없다”며 “가상자산 거래소는 계정도 없지만, 미국 종목 중에 코인베이스나 비트코인 선물 ETF 등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모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13일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인 9만달러를 결국 넘어섰다. 이날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선 비트코인이 한때 9만45달러에 거래됐다가 오후 2시 30분 기준 8만7000달러 선을 횡보하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의 급등세는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영향이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가 치솟고 있는데, 거래소 하루 거래량은 미국 대선 전보다 10배 이상 뛰었고 가상자산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던 일반 투자자들마저 주식장에서 관련 종목을 쓸어 담는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 업비트의 일거래량은 현재 25조원을 넘겼다. 이달 1일부터 미국 대선 당일인 6일까지 거래량은 일평균 2조원대였는데, 12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일평균 1조원대 거래량을 유지하던 빗썸도 10조원을 넘겼다. 거래량을 이끄는 건 도지코인과 비트코인, 리플 순이다. 특히 도지코인을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선거 캠프의 핵심 인사로 자리 잡으면서 거래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인 열기는 주식장으로도 이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국내투자자들이 미국시장에서 사들인 상위종목 50개 중 8개가 코인 관련 종목이다. 전월 같은 기간에는 고작 3개에 불과했다. 순매수규모는 4억5495만달러(약 6300억원)로, 50개 종목 전체 매매대금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가상자산 관련 종목은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이 없더라도 기존 증권계좌를 통해 사들일 수 있어, 가상자산 거래를 해보지 않은 투자자들도 편리하게 매수할 수 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관련 주식은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사실상 비트코인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거대자본을 축적하면서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대체 투자처로 꼽힌다. 최근 비트코인의 급등과 함께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기업가치도 높아지면서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주가는 전날 하루 25% 이상 급등해 24년여 만에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그 외에도 코인베이스(COIN)와 코인베이스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배 ETF’(CONL),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티렉스 2배 롱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데일리 타겟 ETF’(MSTU)도 순위권에 들었다. 비트코인 선물 지수 수익률을 2배로 따르는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BITX), 비트코인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프로셰어스 울트라 비트코인 ETF’(BITU)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얼마까지 갈지 예상하기 어렵고 당분간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밈 코인 과열에서 엿보이는 ‘묻지마 투자’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 효과로 비트코인 시장이 과열되어 있지만, 앞으로도 트럼프가 달러패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여전히 상승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알트코인, 특히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도지코인 등의 밈 코인에 대해서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