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가격은 9만달러를 목전에 뒀으며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도 급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급등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투자가 금지돼 대체투자안을 찾는 투자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12일 ETF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11일 기준 약 7억6360만달러(약 9847억원)가 유입됐다. IBIT은 대선 직후인 6일 하루에만 41억달러(약 5조7200억원)의 자금 유입이 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와 함께 다른 비트코인 ETF들도 자금유입이 많았는데, ‘피델리티 와이즈 오리진 피트코인 펀드’(FBTC)의 경우 이날 하루 1억3510만달러, ‘아크 21셰어즈 비트코인’(ARKB)가 1억862만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ETF닷컴은 이런 대규모 유입이 비트코인 상승세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되기 시작한 비트코인 현물 ETF는 주로 기관과 법인이 대거 사들였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올랐고 덩달아 비트코인 ETF의 투자수익도 불어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전망도 밝다. 비트코인이 2억원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터드(SC)의 책임자 제프 켄드릭은 연말까지 비트코인 10만달러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유입세와 더불어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사업을 어렵게 하는 수탁업 의무회계 지침(SAB121) 등 규제 폐지 등을 근거로 들었다.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 12만5000달러, 내년 말에는 20만달러 도달을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가 불가능하다. 금융 당국은 올해 1월 11일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현물 ETF의 거래는 물론 중개까지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급증해 비트코인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졌던 김치 프리미엄도 사라진지 오래다. 오히려 거래량이 해외에 비해 낮다 보니 비트코인 가격이 저평가받는 역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대신 투자할 수 있는 대체 상품을 찾아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비트코인 선물 ETF다. 이는 현물 ETF 대신 선물에 기반한 ETF를 통해 비트코인 시장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선물 ETF’(BITO)나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지수 수익률을 2배로 따르는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BITX)가 대표적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이해도도 높은 편이라 해외 가상자산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잠재력이 높다”라며 “하지만 금융 당국은 현물 ETF를 금지하고 있어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