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은 가계대출 성장이 막히자 기업대출을 급격히 늘렸는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세를 보이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중소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0.43%로 전년 동기(0.35%) 대비 0.08%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11%포인트 올라 각각 0.51%, 0.41%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39%로 전년 동기 대비 0.05% 올랐다. 우리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42%로 전년 동기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오르는 데는 최근 고금리가 이어지며 중소기업 경영난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3137개사를 대상으로 올 2분기 기업경영을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1년 새 5.0%에서 4.4%로 낮아졌다. 업황이 악화하면서 파산 건수도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15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늘었다.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최근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을 늘려왔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정책 불확실성이 큰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이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25조18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은 5.6% 증가한 730조9671억원으로 집계돼 기업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은행권은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부실위험이 낮은 대기업 위주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와 견줘 21.8%(37조2179억원)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약 7.5%(38조9319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기업대출 잔액에서 대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4.8%에서 27.2%로 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대출 총량을 줄일 수 없는데 최근 가계대출 확대에는 제약이 있는 만큼 기업대출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률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