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3분기까지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의 순이익이 대부분 눈에 띄게 증가하며 그룹 전체 실적에 ‘효자’ 노릇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최근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돼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 흐름이 지속될 지 불투명해지면서, 지주사들의 고민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NH)들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KB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가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지주사들은 전체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가운데 순이익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이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농협생명의 누적 순이익은 24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 증가했다. 농협손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8% 급증한 1518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NH농협금융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2조3151억원을 보였다. 그룹 실적에서 가장 비중이 큰 NH농협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1조6561억원으로 3.2% 늘어나는데 그쳤다. 2곳의 보험사 순이익이 다른 주요 계열사와 그룹 전체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KB금융지주도 계열 보험사의 덕을 톡톡히 봤다. KB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39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KB손해보험은 8.8% 늘어난 74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손실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3% 줄었지만, KB손보가 견조한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며 그룹 전체 순이익이 증가세를 유지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신한라이프도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4671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순이익 증가 폭을 웃돌았다. 신한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98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했다.
최근 몇 년 간 보험 계열사들이 지주사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해 왔다. 은행은 금리나 정부 규제, 경기 상황 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편이지만, 보험사는 꾸준히 이익이 늘면서 성장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KB금융지주는 지난 2015년과 2020년에 각각 인수한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을 통해 매년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지금껏 계열 보험사를 두고 있지 않았지만, 비은행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보강하기 위해 지난 8월 동양생명 인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 시장에서는 보험사들의 실적이 올 4분기 이후에도 꾸준히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앞으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 부담이 증가해 순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들은 매년 일정 비율 이상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보험업법상 의무 기준치는 100%지만, 금융 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 기준에 따라 보험부채는 시가로 평가되는데, 금리가 내려가면 할인율을 줄어들고 보험부채는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일부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 흐름도 꺾이기 시작한 상황이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3분기 순이익은 154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하, 경기 침체 등으로 주요 은행들은 4분기 이후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동안 그룹 전체 실적에서 보탬이 돼 온 보험사들마저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져 지주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