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두 달 넘게 진행한 KB금융지주·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이번 주 마무리한다. 금감원은 정기검사 막바지 단계에서 KB금융·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KB뱅크(옛 부코핀은행)’의 운영 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KB뱅크의) 운영 리스크 관리에 안일함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30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번 주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마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중순부터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기검사를 일부 연장해서 이번 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현재 국감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에 관해 보는 중”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정기검사 마무리 단계에서 KB뱅크의 운영 실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KB뱅크 인수를 결정한 배경부터 2020년부터 2022년 진행된 세 차례의 추가 지분 투자 결정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뱅크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받은 제재에 대한 내용도 세세하게 확인하면서 국민은행의 해외 자회사 리스크 관리의 적정성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감원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T)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용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논란과 관련해서도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이달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KB뱅크의 운영 위험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은행은 2018년 인도네시아 현지 부코핀 은행 지분을 22% 확보한 뒤 수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누적 투자금은 1조5000억원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KB뱅크를 인수한 이후 조(兆) 단위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수차례 현지 정부의 제재를 받을 정도로 부실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이 국감에서 나왔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부임하고 나서 인도네시아 KB뱅크의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손실이 1조5000억원쯤 된다”며 “KB뱅크가 (국민은행의) 인수 이후 4년 6개월 동안 28번의 제재 받을 정도로 부실하게 운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금감원은 투자 의사결정 과정과 해외 투자회사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검토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KB뱅크에 대한 운영 리스크를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 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은행 등의 금융사고와 해외 현지법인 투자 및 운영 부실 등에 대해 정기검사 과정에서 면밀히 점검하고 근본적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며 “해외 현지법인 투자 결정 및 전산시스템 개발 과정의 문제, 콜센터 업무위탁 관리 등 KB금융과 관련한 반복적인 지적은 평판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 리스크 관리에 안일함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 밖에도 국민은행에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데 따라 내부통제 운영 실태를 집중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대출 관리의 적정성도 이번 검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