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고배를 마셨던 KB금융(105560)지주가 연말 한국 증시의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올해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한 데 이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민간단체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KB금융의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대기업들이 배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28일 KB금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26% 하락한 9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급등으로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지난 25일 KB금융 주가는 전날보다 8.37% 오른 10만1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10만39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주가 상승률은 85%에 달한다. 주가 급등으로 시가총액 순위도 연초 17위에서 이날 8위로 9계단 뛰었다. 지난 25일엔 기아(000270)를 제치고 시총 순위 7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KB금융 주가 상승은 양호한 실적과 대대적인 주주 환원 정책 발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한 1조614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3분기 누적 순이익도 역대 최대치인 4조3953억원을 보였다.
다만 은행주 주가는 보통 실적과 연동해 움직이지 않는 성향이 있다. 시장에선 KB금융의 주가 고공 행진은 파격적인 주주 환원의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B금융은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13%의 보통주 자본비율(CET1)을 초과하는 잉여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CET1은 금융사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금융 당국은 11.5%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의 자체 목표는 13% 이상이다. KB금융은 올해 연말 기준 CET1 13%를 넘는 자본은 내년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내년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자본은 하반기 자사주·매입 소각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한 연평균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10%, 자사주 매입·소각 연평균 1000만주 이상,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6.1%(과거 10년 평균) 이하 관리 등의 목표도 제시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만약 3분기 말 CET1 비율 13.85%가 연말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이론적으로 약 2조9000억원의 주주환원이 가능한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도 KB금융 주주 환원 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KB금융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가장 높은 등급인 A+를 부여했다. 포럼은 KB금융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이사회 중심의 합리적인 절차와 승인을 통한 밸류업 프레임워크 구축 ▲경영진의 진정성 및 우수한 거버넌스 ▲지속 가능성 및 예측 가능성에 집중한 전략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포럼은 “78%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율에서 알 수 있듯이 KB금융은 이미 주주와 소통 및 신뢰 구축에서 다른 상장사보다 한참 앞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이 KB금융에서 밸류업 기본을 배워야 한다고도 했다.
KB금융은 지난달 발표된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 밸류업 지수는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 가치 제고 지원 방안의 인센티브 차원에서 마련됐다. 은행 대장주로 꼽히는 KB금융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시장에선 여러 뒷말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한국 증시 흐름이 좋지 않은데 KB금융이 파격적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올해 주식 시장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