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토큰증권(STO) 제도화 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토큰증권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토큰증권 사업을 준비한 주요 은행도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증권이다. 부동산·미술품과 같은 실물 자산을 잘게 나눈 뒤 블록체인 기반 토큰과 연계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토큰증권을 소유하면, 토큰과 연동된 자산을 소유하는 개념이다. 비트코인 등 일반적인 코인과 달리 증권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는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이르면 다음 달 말 출시를 목표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블록체인 확산 사업자로 선정된 뒤 은행 중에서는 가장 빨리 토큰증권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이 플랫폼은 투자계약증권에 특화돼 있다. NH농협은행은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 당국에서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한 모든 증권에 대한 토큰증권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각투자회사 등이 플랫폼에서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NH농협은행은 플랫폼 제공과 함께 계좌관리, 데이터 보관, 거래내역 검증 등을 담당한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조각투자사업자와 테스트를 통해 즉각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기능을 갖추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세종텔레콤과 업무협약을 맺고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 ‘비브릭’과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지난 1월에는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열매컴퍼니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은 토큰증권 발행·유통 전면에 나서기보단, 가상계좌 지원이나 예치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력자 역할로 접근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미래에셋·하나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증권사에 토큰증권 발행·유통 인프라를 맡긴다는 것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부터 토큰증권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NH농협은행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 /뉴스1

은행들은 토큰증권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은행은 물론 증권사와 스타트업 등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인테로(DATA INTELO) 등에 따르면, 토큰증권이 법제화된 미국의 토큰증권 시장은 연평균 27% 성장하며 지난해 기준 15억달러(2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토큰증권 법안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하지만 김재섭 의원이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하면서 관련 논의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은 전자증권법에 토큰증권 발행의 법적 근거와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신설하고,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자 제도를 신설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주요 은행도 법안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 지금으로선 확정할 수 없다”면서도 “은행이 토큰증권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