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에 소극적인 저축은행에 대해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한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회복으로 사업성 개선을 기대하며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지연하고 있는 저축은행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금감원은 경·공매 실적이 저조한 개별 저축은행에 대한 현장점검도 검토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 달 1일쯤 PF 정리 미완료 사업장이 많은 저축은행 CEO를 불러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면담 대상 저축은행에는 웰컴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OK저축은행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경·공매 진행 속도가 더딘 사유를 점검하고 부실 사업장에 대해 구조조정 속도를 낼 것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CEO 면담 이후에도 점검이 추가로 필요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전체 경·공매 대상 PF 사업장 12조원 중 저축은행업권의 대상 사업장은 2조1000억원이다. 이 중 정리된 규모는 1800억원에 그친다. 전체 부실 사업장 가운데 정리된 규모가 1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15.8%을 차지하지만, 저축은행은 정리 실적이 8%대에 그친 것이다.

저축은행의 부실 사업장 정리 속도는 새마을금고, 증권업계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느리다. 저축은행과 함께 PF 부실 우려가 컸던 새마을금고는 경·공매 대상 사업장 2조7000억원 중 7000억원(26%)가량을 정리했다. 증권업계도 전체 부실 사업장의 13.5%를 정리 완료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저축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후 업황 회복을 기대하면서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지 않고 버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은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에 부치면서 대출 원금 대비 120~130%를 입찰가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저축은행이 부실 사업장을 일부러 높은 가격에 내놔 경·공매에 나서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금융 당국은 입찰가가 평균 대출원금 대비 70% 수준이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은 이에 대해 실적이 크게 부진한 상황에서 PF 사업장까지 헐값에 매각할 경우 건전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정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저축은행 업계에서 기대하는 향후 2~3배 부동산 가격이 뛰는 것은 어떤 정부가 되더라도 지금의 가계부채 수준이나 향후 경제성장 동력 측면에서 용인할 수 없다”며 “앞으로의 거시경제 상황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