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점유율 1위인 업비트(왼쪽)와 2위인 빗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점유율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2위 거래소인 빗썸이 이달 들어 거래 수수료를 무료화하는 강수를 두고 점유율을 끌어올리자, 선두 업비트는 이례적으로 최근 거래량이 많은 밈코인(별다른 기능 없이 단순한 재미를 위해 발행된 가상자산)을 잇따라 상장하며 수성(守城)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4일 가상자산 통계분석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55.6%를 기록했다. 빗썸은 40.1%의 점유율을 보이며 업비트를 약 15%포인트 차이로 추격했다. 이 밖에 코인이 3.2%로 3위를 차지했고, 코빗과 고팍스는 모두 점유율이 1%를 밑돌았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 2020년 업비트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제공 계약을 맺은 후부터 4년 간 점유율 선두를 질주해 왔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업비트의 점유율이 90%에 근접했다. 2017년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업비트보다 4년 앞서 설립된 빗썸은 한때 점유율이 1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빗썸은 지난해 하반기에 설립자인 이정훈 빗썸홀딩스 전 의장이 이사회에 복귀한 이후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 간 수수료를 무료화하면서, 거래량을 늘린 것이다. 빗썸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26.2% 급증한 919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무료 수수료 이벤트에 따른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달 들어 빗썸은 8개월 만에 재차 무료 수수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4월 이후 시장이 다시 침체기에 들어서고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자, 다시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달 초 20%대에 그쳤던 빗썸의 점유율은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반등하면서 거래가 살아나면서 40%대로 회복됐다.

업비트는 지난 21일 캣인어독스월드라는 밈코인을 신규 상장했다. 이 코인은 대표적인 밈코인으로 꼽히는 도지코인과 시바이누 등이 모두 개를 모티브로 만들어진데 반발해 고양이의 이미지를 따서 발행된 점이 특징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 6월에 빗썸에 상장됐으며, 꾸준히 거래량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업비트는 가장 상장이 까다로운 거래소로 꼽힌다. 빗썸을 포함한 나머지 거래소들과 달리 업비트에서는 도지코인과 시바이누 등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량이 많은 일부 밈코인만 거래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업비트는 지난 8월부터 페페와 브렛, 봉크에 이어 최근 캣인어독스월드까지 여러 밈코인을 잇따라 상장했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업비트가 최근 적극적으로 밈코인 상장에 나선 것은 점차 내림세를 타고 있는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많다.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등과 함께 밈코인이 큰 폭으로 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에 업비트 역시 더 이상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밈코인 캣인어독스월드/공식 홈페이지 캡처

가상자산 시장은 다음달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친(親)코인 정책을 표방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오르면서 눈에 띄게 반등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초 8000만원선에서 이날 현재 9295만원으로 약 2개월 만에 약 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밈코인 가운데 시총 규모가 가장 큰 도지코인은 130원대에서 190원대로 약 40% 뛰었다. 캣인어독스월드의 경우 지난달 5원대 초반에 거래가 됐지만, 이날 현재 3배 가까운 수준인 14원대를 기록 중이다.

빗썸은 아직 무료 수수료 정책을 언제 끝낼 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실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당분간 이벤트를 지속해 업비트와의 점유율 격차를 확실하게 좁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비트 역시 밈코인 상장 외에도 빗썸의 추격을 뿌리칠 대안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빗썸의 입장에서는 점유율을 눈에 띄게 늘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료 수수료 정책을 끝내도 새로 유입된 투자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계속 빗썸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11월 미국 대선 이후 거래량이 더욱 늘어날 경우 실전 개선까지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