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상호금융권이 대부업 자회사를 세워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고 있다. 외부 채권매입 업체에 매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부실채권 부담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 방안이 ‘셀프 매각’ 논란을 피하면서도 채권값을 상대적으로 더 받을 수 있는 ‘묘수’라고 평가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Sh대부(가칭) 설립 추진안을 통과시켰다. Sh대부는 전국 수협 회원 조합의 부실채권 정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Sh대부는 3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사들일 계획이다.
앞서 신협중앙회도 지난 5월 KCU NPL 대부를 설립했다. 이 회사 역시 전국 신협 조합의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위한 창구로 연내 350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한다는 계획에 따라 세워졌다. KCU NPL 대부는 이날 부실채권 매입 분야 직원 채용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알렸다.
상호금융권이 자회사를 앞세워 부실채권을 털어내려는 이유는 채권 매각 속도와 이익 보전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 당국 지도 아래 저축은행과 캐피털 등 전 2금융권이 부실채권 처분에 나선 상태다. 이 때문에 부실채권 매입 시장에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채권의 가치는 하락하고 매각 속도도 지연되고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시장을 보면 부실채권이 대출원금 대비 반토막에 팔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반면 자회사 채널을 확보하면 시장의 저가 매입 경쟁을 피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부실채권을 처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손자회사로 MCI대부를 운용하고 있다. 전국 새마을금고가 올해 3분기까지 MCI대부를 통해 처분한 연체채권은 2조1000억원에 이른다. 상반기 말 기준 전국 새마을금고의 부실채권이 1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새마을금고는 MCI대부를 통해 부실채권 상당 부분을 덜어낼 수 있었다.
아울러 자회사를 통한 부실채권 매각은 과거 저축은행중앙회의 펀드 조성과 달리 셀프 매각 시비에서 자유롭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9월과 올해 6월 한 차례씩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부실채권을 모아 공동 매각하는 펀드를 조성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이 펀드에 대해 셀프 매각 정황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금감원은 펀드에 부실채권을 매각한 저축은행과 펀드를 통해 부실채권을 산 저축은행이 상당수 겹친다고 보고 부실채권을 스스로 다시 사들이는 꼴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대부업 자회사 설립은 별개의 법인으로 운영되는 만큼 부실채권 이동이 확실하다는 점을 보장한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호금융사가 대부업을 만들면 금융사업을 확장하면서도 부실채권을 빠르게 매각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면서 “과거 저축은행 셀프 매각 논란 때와 달리 진정성 논란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