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내 집을 담보로 다달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탁형 주택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고령층의 주택연금 가입을 유도해 노후생활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23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최근 신탁형 주택연금에 대해 재산세를 25%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주택연금 가운데 근저당권 방식만 재산세 감면 혜택이 적용되는데 이를 신탁형 주택연금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근저당권 방식 주택연금의 경우 공시 주택가격 5억원 한도로 재산세액의 25%가 감면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신탁형 주택연금도 재산세 감면 대상에 추가될 수 있도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내 집에 계속 살면서 평생 동안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담보로 제공하는 주택이 공시가격 12억원 이하면 가입할 수 있다. 주택연금은 담보 취득 방식에 따라 저당권 방식과 신탁 방식으로 나뉜다. 저당권 방식은 주금공이 담보 확보를 위해 주택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할 뿐 주택의 소유권은 고객 앞으로 유지된다. 신탁형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주택연금을 이용하는 동안 신탁계약에 따라 주택의 소유권이 공사로 이전해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금융 당국이 신탁형 주택연금에 추가 세제 혜택을 고려하는 것은 주택연금 가입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장년층의 경우 부동산 비중이 높은 자산 구조로 인해 노후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가구는 평균적으로 자산의 84%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다른 연금을 준비하지 않은 경우라면 소득이 부족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지만 주택연금에 가입한 비중은 매우 작다. 주택연금의 지난 8월 공급 누적 건수는 10만1727건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연령 기준을 통과한 이들이 1000만명을 넘는다는 점에서 전체의 1%가량만 주택연금에 가입해 노후를 준비한 것이다.
또한, 가입자 사망 후에도 배우자의 주택연금 수급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도 금융 당국이 신탁형 주택연금에 세제 혜택을 적용하려는 이유다. 신탁형의 경우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해도 자녀 등 다른 상속인의 동의 없이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자동으로 승계할 수 있다. 반면, 저당권 방식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한 뒤 배우자가 연금을 계속 받으려면 담보 주택의 소유권을 배우자 앞으로 전부 이전해야 한다. 자녀 등 다른 상속인이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한다면 배우자는 주택연금을 받지 못하고 중도 해지해야 한다. 최근 상속 분쟁이 늘어나면서 주택연금을 중도에 해지해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신탁형 주택연금 확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신탁형 주택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외에도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해 실버타운으로 이주한 주택연금 가입자의 담보주택 등에 대해 원활한 임대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