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에서 생애주기형 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주가 상승에 힘입어 최근 1년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준금리가 또 인하되면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이자율이 더 하락할 수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에 TDF 편입을 고려할 만한 시점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달리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선 TDF가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TDF는 초반에 주식 투자 비중을 60~70%로 설정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다가, 중년 이후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점차 채권 투자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여 안전성을 강화한 펀드다. 시간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이 조정되기 때문에 바쁜 직장인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8조5490억원이던 TDF 설정액은 지난 8월 10조원을 돌파했다.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주식 비중이 80%를 넘지 않는 ‘적격 TDF’에 적립금 전부를 투자할 수 있게 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며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TDF가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인기의 이유 중 하나다. TDF는 2021년 11.2%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2022년 전 세계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주가 폭락 사태를 겪으며 15%가 넘는 손실을 봤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두 자릿수 수익률로 회복했다.
TDF는 은퇴 예상 시점에 따라 2025·2035·2055 등 여러 빈티지로 나뉜다. 가령 2030년쯤 은퇴할 예정이라면, 2030 빈지티로 분류된 여러 TDF를 선별해 선택하면 된다. 은퇴 재무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아이랩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2030 빈티지의 연평균 수익률 1위 TD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TDF알아서 ETF포커스’로 12.6%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2060 빈티지에서도 17.6%의 수익률을 내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40 빈티지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전략배분 TDF’가 14.6%, 2050 빈지티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TDF 알아서(UH)’가 16.6%를 각각 기록해 1위에 올라섰다. 전체 빈티지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상품은 18.3%를 기록한 2055 빈티지인 KB자산운용의 ‘KB 온국민 TDF(UH)’였다.
TDF는 펀드 운용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벤치마크 지수’가 없다. 다만, 지난 14일(현지 시각)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가 재투자 배당금을 제외하고 올해 약 23%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TDF의 매력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기준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원리금보장 상품의 금리는 최고 3.4%로 3개월 전보다 1%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하가 계속된다면 이자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선진국 미국의 퇴직연금 시장에서 TDF의 중요성을 날로 커지고 있다. 올해 뱅가드의 연례보고서를 보면, 뱅가드에서 운용되는 퇴직연금(401k·DC형)에서 TDF 비중은 2014년 23%에서 지난해 41%로 상승했다. 지난해 뱅가드 퇴직연금에 유입된 자금 중 60%는 TDF로 들어갔고, 국내 디폴트옵션과 동일한 적격디폴트투자대안(QDIA)의 98%는 TDF로 설정돼 있다. 투자 종목을 정하지 않은 퇴직연금 가입자 대부분이 TDF에 자동 가입돼 있다는 뜻이다.
영주닐슨 아이랩 대표는 “S&P500의 수익률을 생각하면 주식과 채권을 섞은 TDF가 이 정도 성과를 냈다는 것은 고무적인 결과다”라며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율이 낮아지면 채권 가격이 높아지고, 주식도 때에 따라 배당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TDF가 더 매력적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라고 했다.